물거품 된 ‘트럼프 랠리’…비트코인 한때 6만 달러까지 추락

비트코인 가격이 국내 원화 시장에서 9000만 원 선으로 밀리며 약 1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은 6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 종목인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약 18% 폭락한 6만 달러(약 8,814만 원) 선까지 추락했다. 이는 2022년 미국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의 파산 사태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이라고 미국 금융매체 마켓워치는 전했다. 가상화폐 친화 정책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상승분을 전부 반납하며 사실상 ‘트럼프 랠리’가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다.

미국 동부시간 5일 오후 11시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약 10% 폭락한 6만4,65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앞서 오후 7시20분에는 이날 최저치인 6만74달러까지 밀리며 24시간 전보다 약 17.8% 급락했다.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가상화폐 이더리움 가격도 11% 하락한 1,891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하락률이 36%에 달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약속한 뒤 급등했다. 지난해 10월 6일에는 12만6,210달러(약 1억 8,559만 원)를 찍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25% 이상 하락했고, 지난해 10월 6일과 비교하면 반토막(48%)이 났다.

“6만 달러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 약 85%” 베팅…잿빛 전망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 종목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야후파이낸스 제공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 종목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야후파이낸스 제공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7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하락세가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집단지성에 기반해 확률을 산출하는 플랫폼 ‘칼시’에서 지난달부터 트레이더들이 올해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 폭에 대해 베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재 시장 지표는 비트코인이 6만 달러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을 약 85%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가격 하락을 저점 매수 기회로 보고 레버리지를 동원해 비트코인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청산을 당하면서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비트코인 가격을 지지해왔던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최근 한 달간 약 20억 달러의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비트와이즈 자산운용의 라이언 래스머슨 이사는 “지금은 (하락) 모멘텀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가상화폐 약세장은 ‘절망’보다는 ‘무관심’ 속에서 끝나는데, 우리는 현재 ‘절망’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가격 하락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 가상화폐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열기가 식은 데다 투자자들이 장기적 가치 저장 수단인 금·은 등 귀금속으로 다시 눈을 돌리면서 비트코인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FT는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 내 암호화폐 거래 활성화를 위한 입법도 올해 들어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특히 이번 주 들어서는 인공지능(AI)이 기술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로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비트코인의 낙폭도 더 커졌다.

비트코인이 폭락하자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은도 덩달아 급락했다. 이날 금과 은 선물이 거래되는 코멕스(COMEX)에서 금 선물은 2% 하락한 온스당 4,791달러, 은 선물은 8.30% 급락한 온스당 70센트에 거래됐다. 야후 파이낸스는 보통 자본시장이 흔들리면 안전자산인 금에 자금이 유입되지만, 자본시장이 과도하게 흔들리자 투자자들이 현금을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금, 은 시장에서도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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