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들른 홈플러스 일산점은 을씨년스러웠다. 에스컬레이터는 쇠사슬로 감겨 있고 오가는 사람은 없었다. 2025년 12월 28일 영업을 마무리한 이 매장은 한국 유통사에서 큰 상징성을 갖는다.
문을 연 1996년에는 프랑스 대형할인매장 ‘까르푸(Carrefour)’ 간판을 달았다. 그러나 10년 만에 짐을 싸 떠난다.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형 전략 대신 본사 방식을 밀어붙이다 외면 받은 것. 이어 이랜드그룹이 인수해 ‘홈에버(HOMEVER)’로 이름을 바꾼다.
그러나 이랜드그룹의 비정규직 대량 해고로 회사 이미지가 나빠져 2년 만인 2008년 홈플러스에 팔렸다. 이후 삼성물산과 영국 테스코가 합작 투자로 세운 삼성테스코가 운영하다 2015년 국내 1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품는다. ‘까르푸→이랜드→삼성물산·테스코→MBK파트너스’를 이을 새 주인을 찾아나섰지만 MBK 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소극적 대처 때문에 상황은 쉽지 않다.
형편이 어렵기는 이마트, 롯데마트도 마찬가지. 산업통상부가 최근 공개한 ‘2025년 연간 및 1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통계’에는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이 사상 처음 한 자릿 수(9.8%)로 떨어졌다. 4년 전(2021년)만 해도 15.1%였으니 5%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대신 온라인 매출이 같은 기간 52.1%에서 59%로 뛰었다.
이 같은 상황을 만든 가장 큰 책임은 장사를 못 한 대형마트에 있다. 일산점을 기준으로 차로 10~20분 거리에 홈플러스가 2개 더 있다. 이마트도 3개가 있다. 장사가 된다 싶으면 공격적으로 매장을 열었고 출혈 경쟁을 펼치다 부진의 늪에 빠졌다.
2012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도 영향을 줬다. 이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매일 자정~오전 10시 영업을 해선 안 된다. 또 한 달에 두 차례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당시에는 오프라인 유통의 전성 시대였고 그 영향력으로부터 전통 상권(전통 시장과 골목 상권)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빠른 배송이 경쟁력인 시대에 대형마트를 향한 규제를 유지할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대형마트들이 일부 매장을 온라인 주문·배송 처리센터(PP센터)로 활용해 온라인 배송을 하지만 심야 영업 제한 때문에 밤 12시만 되면 멈춰야 한다. 특혜는 안 되지만 대형마트가 이커머스 회사와 같은 출발선에서 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는 있다.
대형마트와 전통 상권을 묶어 휴일만이라도 복합 상권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대구, 청주 등 조례를 바꿔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옮긴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대형마트 주변의 전통 상권 매출을 조사해봤더니 평균 3.1% 올랐다.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물건을 산 뒤 주변 상가에서 외식 등을 즐긴다. 상인들은 대형마트의 주차장, 화장실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함께 쓰며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다.
최근 쿠팡 사태는 무엇이든 한쪽으로 쏠려선 좋지 않다는 걸 알려줬다. 쿠팡이 3,300만 개의 고객 정보를 외부로 빠져나가게 해 놓고도 김범석 의장이 뻔뻔할 수 있는 것도 ‘쿠팡 말곤 답이 없다’는 자신감 때문 아닌가. 그 대안을 만들어 두는 것도 제2의 쿠팡 사태를 예방하는 준비다.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