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최초 투자한 사람은 누굴까?

구글 로고 [로이터]

시연 보자마자 10만달러 수표 건넨 전설의 투자자

이 세상에 혼자 자라는 나무는 없다. 물과 햇빛이 필요하고 벌, 나비가 꽃가루를 묻혀 날라야 열매를 맺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돈이 없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은 내부에서 일 잘하는 인재와 함께 외부에서 적절히 지원하는 투자자가 필요하다. 대학원생 두 명이 차고에서 시작한 구글도 제때 나타난 조력자들이 없었다면 성공 가도를 달리지 못했을 수 있다.

구글의 최초 투자자 앤디 벡톨샤임. 아리스타 네트웍스 홈페이지 캡처

구글의 산파 역할을 한 앤디 벡톨샤임

“여기 똘똘한 친구들이 있는데 한 번 만나보지 않겠나.”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앤디 벡톨샤임은 1998년 8월 말 스탠퍼드대 교수로 일하는 친구 데이비드 채리턴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는 평소 솔깃한 제안을 많이 하는 친구의 말을 흘려 듣지 않았다. 은색 포르쉐 스포츠카를 몰고 팔로알토에 있는 채리턴 교수의 집으로 달려간 그는 거기서 스탠퍼드대 대학원생 두 명을 만났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었다.

채리턴 교수가 “기발하다”고 소개한 두 학생의 발명품은 새로운 인터넷 검색이었다. 뛰어난 공학도였던 벡톨샤임은 평소 사용하던 인터넷 검색 서비스 ‘알타비스타’의 성능에 불만이 많았다.

그 자리에서 구글 검색 시연을 본 벡톨샤임은 대번에 구글 검색이 뛰어나다는 것을 간파했다. 특히 그는 두 가지를 주목했다. 고가의 장비가 아닌 가정용 컴퓨터(PC) 부품을 조립해 전체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는 놀라운 기술을 만들었다는 점과 창업자들이었다. 그는 투자할 때 창업자가 얼마나 영민하고 열정적인지 인물 됨됨이를 봤다. 구글의 검색 기술을 열심히 설명하고 미래를 그려내는 페이지와 브린이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페이지와 브린이 고가의 전산장비를 사거나 광고 등에 돈을 낭비하지 않고 값 싼 PC 부품으로 기존 인터넷 검색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시도한 것을 높이 샀다. 심지어 상당 분량의 검색 데이터베이스까지 이미 갖춘 덕에 시연이 완벽했다. 먼저 돈을 투자받은 뒤 사업을 준비하는 다른 창업자들과 출발부터 달랐다.

다만 그는 한 가지 생각이 창업자들과 달랐다. 바로 사업성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돈을 벌 수 없다면 쉽게 투자받기 힘들다. 처음부터 그는 페이지와 브린에게 구글 검색을 공짜로 제공하고 이용자가 늘면 광고를 붙여 돈을 벌라고 조언했다. 그는 검색 서비스를 전화번호부로 생각했다. 약국 전화번호가 필요해 전화번호부의 해당 항목을 펼치면 적절한 약국 광고가 나오듯 인터넷 검색도 필요한 정보에 맞는 광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리고 다른 기업들에 구글의 검색 기술을 판매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초창기 구글의 사업 모델이었던 기업간거래(B2B) 방식의 검색기술 판매와 검색 광고에 대한 의견이 하룻밤 새 나온 것이다. 하지만 당시 페이지와 브린은 광고가 검색 결과를 오염시킬 수 있다며 검색 광고에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벡톨샤임은 구글의 기술이 획기적이라고 판단해 PC 부품을 살 돈이 없어 쩔쩔매는 두 청년에게 그 자리에서 10만 달러(약 1억4,300만 원)짜리 수표를 끊어줬다. 페이지와 브린이 회사를 만들기도 전이었다.

구글에 최초 투자한 벡톨샤임의 수표는 돈 이상의 역할을 했다. 두 창업자는 그의 투자를 통해 자신감을 얻어 회사를 만들었다. 더불어 신망 높은 벡톨샤임의 투자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보증수표 역할을 했다. 친구인 채리턴 교수도 벡톨샤임을 따라 10만 달러를 구글에 투자했다. 덕분에 두 창업자는 단기간에 100만 달러(약 14억3,000만 원)를 투자받아 구글을 시작할 수 있었다. 벡톨샤임이 구글의 산파 역할을 한 셈이다.

벡톨샤임은 누구

취재 현장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좋은 투자자를 만나는 것은 복이다.” 많은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인내를 갖고 스타트업의 성공을 응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특히 기술과 사업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투자자를 만나면 투자를 받은 후 온갖 피곤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벡톨샤임이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자로 명망을 얻은 것은 뛰어난 기술을 토대로 잇따라 유명 정보기술(IT) 회사를 세운 연쇄 창업가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술을 잘 알고 사업에도 밝았다.

1955년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뮌헨공대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박사 과정 중 학교의 여러 전산장비를 연결하는 워크스테이션을 직접 설계했다. 이 기술을 토대로 그는 1982년 유명한 전산장비업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설립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성공으로 큰돈을 번 그는 회사를 나와 1995년 그레나이트시스템이라는 전산장비업체를 만들었다. 그레나이트시스템도 크게 성공하면서 이듬해 시스코에 2억2,000만 달러(약 2,858억 원)에 팔렸다. 그는 회사 매각 후 시스코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다가 구글의 최초 투자자가 됐다.

그는 구글 외에도 클라우드 가상화 기술업체인 VM웨어에도 초기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그 밖에 서버 설계업체 키알리아, 저장장치를 만드는 DSSD, 클라우드 네트워크 업체 아리스타 네트웍스 등을 설립했다. 이 가운데 키알리아와 DSSD는 썬과 ECM에 인수됐다. 여러 번 방한한 그는 과거 국내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구글 창업자들의 아이디어가 좋아서 졸업을 신경 쓰지 말고 창업하라고 조언했다”며 “스타트업을 창업하려면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와 비전이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도어 클라이너 퍼킨스 이사회 의장. 클라이너 퍼킨스 홈페이지 캡처

‘창업자는 세상을 바꾸려는 신념을 가져라’

1998년 9월에 구글을 설립한 페이지와 브린은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해 벤처투자사(VC)를 물색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 투자사였다. 이때도 앤디 벡톨샤임이 큰 역할을 했다.

벡톨샤임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페이지와 브린에게 실리콘밸리의 VC 두 곳을 추천했다. 지금은 클라이너퍼킨스로 이름이 바뀐 클라이너퍼킨스카우필드&바이어스(KPCB)와 유명한 세쿼이아캐피털이다. 하필 두 회사는 앙숙이었다. 그런데도 구글의 가능성을 알아본 양 사는 나란히 투자했다.

물론 그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적대적이었던 양 사는 상대를 제외하라며 단독 투자를 고집했다. 난감한 상황에 놓인 페이지와 브린은 다른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주변 투자자들의 설득으로 양 사는 각각 1,250만 달러씩 총 2,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면서 페이지와 브린이 요구한 대로 구글의 경영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조건을 하나 걸었다. 창업자들을 도울 수 있는 경험 많은 임원을 보강하라는 조건이었다. 훗날 이 조건이 구글의 앞날을 크게 바꿨다.

KPCB에서 구글 투자를 결정한 주인공은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투자자로 꼽히는 존 도어다. 미국 라이스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인텔에서 일하다가 KPCB로 이직했다. 그는 닷컴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널리 인터넷을 쓰게 만드는 기술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그래서 아마존,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컴팩, 아메리카온라인(AOL) 등에 잇따라 투자했다. 구글 투자도 같은 관점이었다.

존 도어도 벡톨샤임처럼 투자할 때 창업자를 중요하게 봤다. “창업자는 세상을 바꾸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며 “성공하는 회사는 강한 신념을 가진 선교사들이 이끈다”는 그의 신념론이 널리 알려져 있다.

도어는 국내에서 기업들의 목표 관리방식인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의 전도사로 유명하다. OKR은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비전, 장기적 목표를 정한 뒤 이를 위해 현재 상황을 점검하며 해야 할 일을 적절하게 수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전에는 기업들이 목표 대비 성과 측정 방식인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주로 썼다. 즉 연간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월 매출, 분기와 반기 매출을 밀어붙이는 식이다. 반면 OKR은 수치보다 방향성이 회사 발전을 위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도어가 구글에 투자한 뒤 구글도 OKR 방식을 도입하면서 실리콘밸리에 OKR 방식이 널리 알려졌다. 그 바람에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KPI 대신 OKR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었다.

구글의 초기 투자자였던 세쿼이아캐피털의 마이클 모리츠. 마이클 모리츠 링크드인 계정 캡처

혜안을 가진 기자 출신의 투자자

세쿼이아캐피털에서 구글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투자를 주도한 마이클 모리츠는 원래 기자 출신이다.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옥스포드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샌프란시스코 지국장을 맡게 되면서 애플 등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을 알게 됐다.

1986년 세쿼이아캐피털로 옮긴 그는 구글뿐 아니라 야후, 페이팔, 유튜브, 링크드인 등 수많은 IT기업들을 초기 발굴해 투자했다. 덕분에 포브스에서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 명단에서 여러 번 1위에 올랐다.

구글에 투자하면서 경험 많은 임원을 보강해야 한다는 투자 조건을 제시한 사람이 바로 모리츠다. 모리츠가 내건 조건이 구글의 성장에 결정적 밑바탕이 됐다. 그 조건 때문에 영입된 인물이 훗날 구글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에릭 슈미트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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