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왼쪽부터)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해찬 전 국무총리 빈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유시민 작가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홍이 점입가경입니다. “차분하되 치열하게 토론해서 결론을 내야 한다”(진성준 의원), “주장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비난해선 안 된다”(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며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합당 찬성파와 반대파 간 감정싸움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합당 자체만 놓고 보면 찬반이 크게 갈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합당 문제가 이렇게까지 민감한 이슈가 된 원인은 여권 차기 당권·대권 주자들의 권력 투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권을 잡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합당 논란을 계기로 ‘포스트 이재명’을 노리는 이들의 싸움이 조기 점화했다는 겁니다. 그 중심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있습니다.
이번 합당 논란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이들의 입지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이들과 가까운 인사들, 지원 세력의 영향력도 함께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셋 다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겁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가져온 자료에 금일 일정 및 다짐 등이 적혀 있다. 민경석 기자
승부수 던진 정청래… 지선 전 합당 시 연임 유리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은 합당을 제안한 정 대표일 겁니다. 합당 제안은 최고위원들과의 협의도 없이 정 대표가 전격적으로 꺼낸 승부수이기 때문입니다. 정 대표가 밝힌 합당의 명분은 ‘지방선거 압승’입니다. 그는 “2, 3%포인트 차이의 박빙 선거에서 부지깽이라도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은 선거의 기본”이라며 “싸우지 않아도 되는 사람과 싸우지 않고, 다 같이 힘을 합쳐 싸우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대표의 구상대로 6·3 지방선거 이전 합당이 이뤄지고, 그 결과 통합당이 선거에서 압승한다면 그 공은 정 대표 몫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치적 명운을 건 승부수가 제대로 통하면서 지방선거 이후인 8월 전당대회에서도 연임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공산이 커지겠죠.
‘합당→지방선거 압승→연임’이 현실화하면 정 대표의 권한은 훨씬 막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8월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갖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정 대표가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순간부터 의원들은 정 대표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 대표 입장에선 연임에 성공해야 비로소 민주당을 ‘정청래의 당’으로 재편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경우 친여권 성향 유튜버 김어준씨의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정 대표가 하는 게 맞는 (합당)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측면 지원하고 있습니다. 김씨가 먼저 합당 추진을 조언했다는 이른바 ‘김어준 기획설’이 거론될 만큼 정 대표와 김씨는 서로 통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어준이 합당 국면에서 정 대표를 도와준 건 사실 아니냐. 합당이 성공하면 김어준에 대한 정 대표의 신뢰는 더 커질 것”(수도권 초선 의원)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견제구 던지며 목소리 키우는 김민석
김 총리 역시 합당 문제가 향후 행보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 총리는 합당 논란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최근 갈등에 대한 입장 표명을 피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 총리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혁신당 의원들이 민주당 틀 안에서 정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고 ‘원칙적 찬성’을 밝히면서도 “통합의 과정과 절차는 결과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정 대표에게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김 총리는 “정 대표와는 대단히 가깝다”고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김 총리가 아무런 의도 없이 합당 절차 문제를 지적했다고 보는 이는 별로 없습니다. 김 총리 역시 8월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총리가 출마한다면 차기 총선 공천 권한이 걸린 당대표 자리를 두고 정 대표와 맞붙을 가능성이 큽니다.
합당 논란을 계기로 김 총리가 정 대표 견제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은 최근 한 국무위원과 민주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증폭된 측면이 있습니다. 해당 사진에서 국무위원은 의원에게 ‘밀약? 타격 소재, 밀약 여부 밝혀야’, ‘당명 변경·나눠 먹기 불가’라고 주장합니다. 이를 두고 국무위원이 김 총리라는 의혹이 불거지자, 김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제가 쓴 거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본인의 부인에도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이들이 당내엔 적지 않습니다. 김 총리 최측근인 강득구 최고위원이 적극적으로 합당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도 이런 배경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정 대표의 구상대로 지방선거 전 합당이 성사되면 김 총리에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반대로 합당이 무산되면 김 총리가 반사이익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합당에 공개 반대 중인 한 초선 의원은 “합당이 되더라도 김 총리가 손해 볼 건 별로 없다”며 “현재로선 합당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찬성 의원들보다 많아 보이는데, 이들이 8월 전당대회에서 김 총리 지원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5일 부산 동구 부산항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현장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과 합당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조국, 합당 시 ‘친문 구심점’ 노리나
정 대표의 합당 카운터파트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습니다. 조 대표 입장에선 합당이 성사되는 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지분 약속이 없다고 하지만, 합당이 되면 민주당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조 대표만큼은 예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조 대표가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원내에 입성하면 유력 대권주자로서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번에 합당이 무산되면 조 대표는 조국혁신당의 존립은 물론 민주당과의 대권주자 경쟁 등 두 개의 큰 싸움을 동시에 벌어야 할 판입니다.
만일 조 대표가 민주당 안으로 들어오면 당내 영향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내 친문재인 세력의 구심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민주당 주류였던 친문계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을 거치며 세력이 크게 약화했습니다. 중심을 잃고 흩어져 있는 친문계가 조 대표의 민주당 합류를 발판 삼아 다시 뭉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조 대표가 친문계 지원을 등에 업고 8월 전당대회에도 출마해 당권 접수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옵니다. 정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정 대표가 8월에 당권을 잡고, 조 대표는 차기 대선 주자로 나서는 그림의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설도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원 비례대표인 12명의 혁신당 의원들이 차기 총선에 출마해서 또 배지를 달려면 조 대표가 당대표를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당대표 도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예상처럼 조 대표가 8월 전대에서 민주당 대표가 된다면 이른바 친조국 인사들이 대거 차기 총선 공천을 받는 데 유리할 겁니다. 자연스럽게 여권의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이 지금보다 확연히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