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결승에서 베냐민 카를(오스트리아)에게 0.19초 차로 아깝게 패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메달’이었다. 이로써 김상겸은 이상호(31·넥센윈가드)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설상(雪上) 종목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 메달(은메달)을 안긴 이후 8년 만에 다시 스노보드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수확했다.
2014 소치 대회 17위, 2018 평창 대회 15위, 2022 베이징 대회에서 24위를 기록하는 등 그동안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김상겸은 네 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마침내 이변을 연출하며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게 됐다.
이번 은메달은 한국 올림픽 역사에도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는다. 김상겸은 우리나라 올림픽 역사상 400번째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1948년 런던 올림픽 역도 경기에서 김성집이 동메달을 딴 뒤 지금까지 총 400개(하계 320개∙동계 80개)의 올림픽 메달을 수확했다.

8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결승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선수들. 왼쪽부터 김상겸(은) 베냐민 카를(금, 오스트리아), 테르벨 잠피로프(동, 불가리아). 리비뇨=연합뉴스
그야말로 ‘깜짝 메달’이다. 이상호에게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던 이 종목에서 김상겸이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김상겸은 이날 예선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 27초 18, 전체 8위로 16강에 진출했다. 16강부터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단판 승부’다. 0.01초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살얼음 경쟁.
그런데, 승부의 흐름이 김상겸 쪽으로 조금씩 기울었다. 16강에서 그는 경기 중반까지 잔 코시르(슬로베니아)에 경기 중반까지 뒤처졌다. 그러나 코시르가 레이스 중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고, 김상겸은 이를 틈타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도 강호 롤란트 피슈날러(이탈리아)를 상대로 중반까지 0.15초 뒤졌다. 하지만 침착하게 레이스를 이어가며 4분의 3구간에서 0.06초 차 역전에 성공했다. 마지막 승부처에서 두 선수는 나란히 속도를 올렸고, 피슈날러가 무리해서 역전을 시도하다 코스를 이탈, 완주에 실패했다. 피슈날러는 45세 백전노장으로, 이번 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3승을 거두며 랭킹 1위에 올라있던 선수였다.
기세를 탄 김상겸은 준결승에서도 테르벨 잠피로프(불가리아)를 0.23초 차이로 제치고 결승에 올랐다.

스노보드 김상겸이 8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리비뇨=뉴시스
김상겸은 초등학교 1~2학년 무렵 천식으로 고생하던 ‘허약한 아이’였다. 보다 못한 부모가 건강을 위해 운동을 권유했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육상을 시작했다. 중2 때 학교 내 스노보드부가 창설되면서 인생의 방향도 바뀌었다. 체육 교사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보드를 타게 됐다.
2011년 한체대를 졸업한 후 선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실업팀이 없어 생계유지가 어려웠던 그는 곧바로 일용직 노동에 뛰어들었다. 훈련 기간에도 주말 하루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시즌이 끝난 휴식기에는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환점은 2019년 현 소속팀에 입단하면서 찾아왔다. 생계 걱정에서 벗어나자 비로소 훈련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한때 주량이 소주 4병을 넘길 만큼 술을 즐겼지만,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술도 끊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2024∼2025 FIS 알파인 월드컵 1차 대회 평행대회전에서 데뷔 15년 만에 메달(은)을 딸 정도로 무명에 가까웠다. 이어 지난해 3월 열린 월드컵에서 개인 두 번째 메달(동)을 획득하면서 뒤늦게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이상호는 16강에서 오스트리아 베테랑 안드레아스 프롬메거에 0.17초 차로 패해 탈락했다. 예선에서 6위에 올랐던 이상호는 통산 6번째 동계올림픽에 나선 프롬메거를 상대로 초반 앞서다 중반 이후 밀렸고, 끝내 레이스를 뒤집지 못했다.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