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들이 정부 지출로 경제를 떠받치면서 부채가 급증하고, 이자 비용 증가로 다시 지출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정학적 갈등과 고령화, 인공지능(AI) 전환 등으로 정부 지출 필요성은 커지는 반면 증세는 정치적 부담으로 실행하기 어려워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세계 경제가 정부 부채에 빠져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은 각각 재정 확대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씩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도 재정 부양책으로 성장률을 0.5%포인트 높일 전망이다. 중국은 2년 연속 대규모 적자 재정을 편성했으며, 통합 재정 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9%로 예상 경제성장률의 2배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를 보면 작년 선진국의 평균 재정 적자는 GDP 대비 4.6%, 신흥국은 6.3%로 10년 전(선진국 2.6%, 개도국 4%)보다 크게 확대됐다. 한국은 작년 추경 기준 4.2%로 선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재정 위기 경고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정부 지출 증대와 소비세 감세 계획을 발표하자 국채 장기물 금리가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투자자들의 일본 국채 대량 매도는 미국 국채 금리까지 끌어올렸다. 영국에서는 2022년 감세 정책 발표로 국채 시장이 요동치며 리즈 트러스 총리가 사임했고,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공공지출 개혁 추진 과정에서 최근 2년간 국채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지출해야 할 곳이 넘쳐난다. 국제 안보 질서 변화로 유럽과 캐나다는 국방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하고, AI 기술 격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자국 기업과 경제 지원도 필요하다. 일본은 고령화 위기 속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 부양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부채의 실질적 해법은 증세지만 유권자 저항이 커 각국 지도자들은 실행을 망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감세를 국정 목표로 삼았고, 독일은 이미 세금이 높아 추가 인상 여지가 거의 없다.
IMF는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전 세계 공공부채가 2029년 세계 GDP의 1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충격이 남아있던 194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정부 부채가 통제 불능 상태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자 증가로 부채 상환 비용이 불어나며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국가 부채의 이자 비용은 최근 4년간 2배 이상 늘었고, 독일과 일본도 같은 기간 부채 상환 비용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악의 경우 정부가 재정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급작스러운 증세나 지출 삭감을 단행해 경제에 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모리스 옵스펠드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정부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이나 AI의 경제적 혜택에 대한 의구심 확대가 위기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