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불편한데 원인을 알 수 없어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방치하는 질환이 있습니다. 만성 불면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하지불안증후군입니다.
경기 안산의 고려대안산병원 권도영 신경과 교수는 “병원을 찾은 환자 중 45년 동안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지 못했던 사례도 있었다”며, 아직 의사에게도 생소하고 뚜렷한 검사법이 없어 정확한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들은 평균 두 곳 이상의 병원을 전전하며, 진단까지 약 4년 반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다리에 불편한 감각이 느껴지고,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주로 저녁이나 밤에 증상이 심해지고, 가만히 있을수록 불편함이 커지며 움직이면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잠들기까지 2~3시간이 걸리거나, 자다가도 여러 차례 깨는 등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환자들은 벌레가 다리를 기어다니는 느낌, 다리 안에서 무언가 터질 것 같은 묘한 감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이나 저림과는 달라 디스크나 관절 질환으로 오인돼 엉뚱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디스크가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고 누우면 편해지는 것과 달리, 하지불안증후군은 활동 중에는 괜찮다가 가만히 있을 때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준은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 가만히 있을 때 증상 악화, 움직이면 증상 호전, 저녁 이후 증상 심화, 수면 장애 유발 등 다섯 가지 가운데 네 가지 이상이 해당되는 경우입니다.
원인은 철분 부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철분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합성과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기능이 저하되면 하지불안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 시에는 저장철과 혈중 철분 수치 검사도 함께 이뤄집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성인뿐 아니라 소아에게도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고 다리를 계속 움직이거나 주무르는 행동을 보인다면 성장통으로만 넘기지 말고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권 교수는 도파민 작용을 차단하는 일부 소화제나 약물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병원 방문 시 복용 중인 약 이름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흔히 알려진 압박 스타킹이나 마그네슘 보충제는 증상 완화에 큰 효과가 없고, 오히려 족욕이나 잠들기 전 다리 마사지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수면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치매나 뇌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유 없이 밤마다 다리 불편함과 불면이 반복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신경과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