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의 금메달, 친구에게 바친 은메달… 올림픽 첫날을 울린 다양한 사연들

스위스의 알파인 스키 선수 프란요 폰 알멘이 7일 이탈리아 보르미오의 스텔비오 스키 센터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활강에서 점프 구간을 지나고 있다. 보르미오=AFP 연합뉴스

2026 동계올림픽 개막 첫날
생계·친구의 죽음·출산 넘어선 선수들의 이야기
목수 일 병행한 스위스 스키 선수, 대회 1호 금메달
숨진 동료에게 바쳐진 이탈리아의 스키 은메달
출산한 ‘엄마 선수’ 롤로브리지다, 올림픽 신기록 질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 첫날, 빙판 위에는 저마다 다른 삶을 견뎌온 이들의 환희와 다양한 사연이 펼쳐졌다. 생계를 위해 목수 일을 병행하던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했고, 불의의 사고로 숨진 동료에게 메달을 바친 선수도 있었다. 출산·육아를 극복한 ‘엄마 선수’도 금빛 순간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은 스위스 알파인 스키 선수 프란요 폰 알멘(25)이 가져갔다. 폰 알멘은 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보르미오의 스텔비오 스키 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 활강에서 1분 51초 61의 기록으로 우승,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이자 ‘밀라노 1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이탈리아의 조반니 프란초니(1분 51초 81)와 도미니크 파라스(1분 52초 11)를 은·동메달로 밀어냈다.

스위스의 알파인 스키 선수 프란요 폰 알멘이 7일 이탈리아 보르미오의 스텔비오 스키 센터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활강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보르미오=AP 연합뉴스

스위스의 알파인 스키 선수 프란요 폰 알멘이 7일 이탈리아 보르미오의 스텔비오 스키 센터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활강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보르미오=AP 연합뉴스

목수 출신 폰 알멘의 금빛 스토리는 한 편의 영화에 가깝다. 17세 때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여읜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스키를 포기할 뻔했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으로 훈련비를 마련해 스위스 국가대표로 뽑혔다. 비시즌인 여름에는 가구 제작과 공사 현장에서 목수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졌다.

작은 고향 마을 볼티겐 주민들의 정성도 큰 힘이 됐다. 마을 정육점 주인은 폰 알멘이 2022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개의 은메달을 따오자 이를 기념하는 소시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 대회 출전 비용을 마련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폰 알멘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활강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른 데 이어,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기대에 보답했다.

폰 알멘은 “이 모든 상황이 영화처럼 느껴지고, 현실 같지 않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면서 “스키를 그만두려고 할 때 나를 믿고 비용까지 모아 준 볼티겐의 친구들과 주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금메달은 그들의 것이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운동선수로서 험난하지만 내겐 든든한 백업 플랜이 있다. 다음 주 고향 작업실로 돌아가 친구들의 일을 돕고 있을지 모른다”며 미소를 지었다.

7일 이탈리아 보르미오의 스텔비오 스키 센터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활강 시상식에서 은메달의 조반니 프란초니(왼쪽부터), 금메달의 프란요 폰 알멘, 동메달의 도미니크 파라스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보르미오=AP 연합뉴스

이탈리아의 알파인스키 선수 조반니 프란초니가 7일 이탈리아 보르미오의 스텔비오 스키 센터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활강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입에 물고 기뻐하고 있다. 보르미오=AP 연합뉴스

은메달을 목에 건 개최국 이탈리아의 조반니 프란초니(25)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는 시상식 후 “이 메달을 내 동료 마테오 프란초소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프란초소는 지난해 9월 칠레 전지 훈련 도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갑내기 절친이다. 점프 구간에서 나무 울타리와 충돌해 혼수상태에 빠졌고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프란초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너의 일부는 내 안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너를 영원히 기억할 거야. 앞으로 너의 이름으로 삶의 목표를 세워 나갈게”라며 친구를 그리워했다.

이탈리아 스피드스케이팅 프란체스카 롤로브리지다가 7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피드 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아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밀라노=AFP 연합뉴스

빙속에선 ‘엄마 선수’의 기적 같은 금메달이 나왔다. 2022 베이징 대회 이후 출산으로 빙판을 떠났던 프란체스카 롤로브리지다(35)는 8일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3분 54초 28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자신의 생일에 모국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긴 순간이었다. 롤로브리지다는 2014 소치 대회를 시작으로 2018 평창, 2022 베이징에 이어 네 번째 올림픽 도전 만에 금빛 결실을 이뤘다.

이탈리아 스피드스케이팅 프란체스카 롤로브리지다가 7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피드 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역주하고 있다. 밀라노=AFP 연합뉴스

사실 이번 금메달은 예상 밖이었다. 베이징에서 이 종목 은메달과 매스스타트 동메달을 땄지만, 2023년 5월 아들을 출산한 뒤 공백기를 가졌고 올 시즌 국제무대에서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의 힘은 강했다. 롤로브리지다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경력 단절’을 극복했다. 그는 경기 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한 끝에 해냈다. 정말 행복하다”며 “1년 중 250일 이상 집을 떠나 엄마 역할과 선수 생활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다. 메달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사람들에게 이 금메달을 전하고 싶다. 그 말들이 오히려 나를 증명하는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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