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 LX(60)에서 경기만큼이나 광고가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번 광고들은 의료 불평등, 증오범죄와 반유대주의, 인공지능(AI), 성착취 인권 문제까지 정면으로 다루며, 더 이상 슈퍼볼 광고가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거대한 정치·사회 메시지 전쟁터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먼저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테레헬스 기업 ‘힘스 앤 허즈(Hims & Hers)’가 ‘부자는 더 오래 산다’는 도발적인 콘셉트로 미국 의료 시스템의 양극화를 꼬집었습니다. 부유층만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 반면, 대다수 시민은 쪼개진 의료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풍자적 영상으로 보여주며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증오와 차별 문제를 겨냥한 광고도 이어졌습니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 로버트 크래프가 이끄는 ‘블루 스퀘어 연합’은 ‘스티키 노트’라는 제목의 광고를 내보내 반유대주의의 확산을 경고했습니다. 유대인 학생을 겨냥한 악성 메모를 다른 친구가 메모로 가려주는 장면을 통해, 소수자에 대한 연대와 용기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가장 강렬한 인권 메시지는 제프리 엡스타인 성착취 사건 생존자들의 광고에서 나왔습니다. 이들은 피해 당시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들고 등장해, 정부가 보유한 관련 자료와 공범 정보를 공개하라고 호소했습니다. “오랫동안 흩어져 있었지만 이제 함께 서겠다. 진실은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절절한 목소리는 슈퍼볼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한편 인공지능은 올해 슈퍼볼 광고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아마존은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 부부를 내세워, AI 비서 ‘알렉사’가 일상을 위협할 수 있다는 과장된 상상을 코믹하게 풀어내면서도 결국 편리함을 강조하는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보드카 브랜드 스베드카는 AI가 주요 제작 공정을 담당한 ‘페봇·브로봇’ 캐릭터 광고를 공개하며 상업광고 제작에 본격적으로 AI를 접목하는 흐름을 보여줬습니다.
AI 기업 간 신경전도 전파를 탔습니다. 오픈AI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앤스로픽은, 챗봇 서비스에 광고를 도입한 경쟁사를 겨냥해 “AI에도 광고의 시대가 오고 있지만, 우리 서비스에는 광고가 없다”는 문구로 차별화를 시도하며 플랫폼 경쟁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했습니다.
정치·신앙 메시지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 비영리단체는 경기 전 광고에서 어린이 명의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트럼프 계좌(Trump Accounts)’를 홍보하며, 현 행정부의 경제·조세 정책 성과를 부각했습니다. 기독교 캠페인 ‘히 갯츠 어스(He Gets Us)’는 과거에 비해 자극적 이미지를 자제하고, 갈등보다 공감과 위로를 강조하는 비교적 온건한 영상으로 방향을 튼 모습입니다.
30초 광고 단가가 800만 달러에 달하는 초고가 무대에서, 기업과 단체들은 소비자에게 제품보다 ‘입장’을 먼저 각인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올해 슈퍼볼 LX는 스포츠 최대 이벤트이자 ‘정치·사회 이슈의 거대 전광판’으로서, 미국 사회가 갈등하고 있는 쟁점들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무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