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형님이라고 불렀던 이순재씨가 돌아가셔서 이제 내가 위로 모실 분이 안 계신 것 같아요. 아쉽기 짝이 없는데 어쨌든 살아 있으니, 숨을 쉬고 있으니 평소 하던 일을 해야지요.”
무대와 영상 매체를 오가며 작가이자 연출가로 활동하는 장진(55) 감독의 신작 연극 ‘불란서 금고: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는 국내 최고령 배우 신구(90)에 의한, 신구를 위한 작품이다. 다음 달 7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놀(NOL) 서경스퀘어 스콘1관에서 개막하는 연극은 장 감독이 2015년 ‘꽃의 비밀’ 이후 10년 만에 쓴 작품이다.
10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신구는 “평생 해왔던 연극이고, 살아 있으니까 하는 것”이라며 “연기는 밥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출연 동기를 밝혔다.
연극은 각자 다른 욕망 실현을 위해 금고를 털 계획을 세운 다섯 명의 인물이 욕망의 끝을 마주하게 되는 한밤 소동극이다. 장 감독은 “지난해 5월 신구 선생님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면서 ‘왜 나는 저분을 내 연극에서 만나 뵙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 무대가 부럽고 질투가 나고 욕구가 차올랐다”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 채 신구 선생님 음성의 첫 대사 이미지 하나만 갖고 시작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5년 신구 선생님이 ‘세일즈맨의 죽음’의 주인공 윌리 로먼을 맡는 줄 알고 연출을 맡았다가 갑자기 예술감독으로 역할을 바꾸셔서 무대에 모시지 못한 그때의 마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설적 금고털이 기술자 ‘맹인’ 역을 맡은 신구와 같은 역에 더블 캐스팅된 성지루를 포함해 총 12명의 배우가 연극에 참여한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함께 참석한 배우들 역시 출연 동기로 신구를 언급했다. 정영주는 “앞뒤 안 재고 (출연)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신구 선생님 때문”이라고 했고, 장현성은 “(신구) 선생님을 보면서 배우란 건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결정체의 모습이라는 걸 배운다”고 했다. 또 성지루는 “이 배우가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향기 내지는 모습이 어디까지일까 경이롭고 닮아가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연극 ‘불란서 금고’의 맹인 역을 맡은 배우 신구. 파크컴퍼니 제공
장진 “코미디도 연기 잘하는 사람이 잘해”

10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연극 ‘불란서 금고’ 주역들. 왼쪽부터 배우 안두호, 김한결, 장현성, 장영남, 정영주, 신구, 성지루, 최영준, 주종혁, 김슬기, 금새록, 조달환. 뉴스1
후배들의 칭찬 릴레이 속에 정작 신구는 “희곡이 재미있고 다른 사람이 할 걸 생각하면 아쉬워서 성급하게 (출연을) 결정했던 것 같다”며 준비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외웠던 대사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여러 장애가 오고 있으니 내 마음대로 몸을 이용할 수 없어 힘들다”며 “여의치 않지만 최선을 다해서 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장 감독은 “기본의 기준점이 높은 배우라서 ‘괜히 한다고 했다’고 투정의 말씀을 하시지만 관객 만날 준비에는 걱정이 없다”며 “집에서 연습을 위한 준비를 몇 달간 해주셨고, 문자로 ‘이 작품이 살아 있는 이유’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결국 코미디도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잘하기 때문에 신구 선생님이 가진 배우로서의 깊이가 온전히 무대에 온다면 훨씬 더 좋은 코미디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감독에게 오랜만에 쓴 이번 연극이 어떤 작품으로 남길 바라는지 물었다. “(신구) 선생님의 많은 작품 중 어느 한 작품이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선생님의 다음 작품을 또 기다립니다.”
신구 성지루(맹인 역) 장현성 김한결(교수 역) 정영주 장영남(밀수 역) 최영준 주종혁(건달 역) 김슬기 금새록(은행원 역) 조달환 안두호(‘그리고…’ 역)가 출연하는 연극 ‘불란서 금고’는 5월 31일까지 이어진다.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