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성착취 피해자, 한인 여성도 있었다

FILE PHOTO: U.S. financier Jeffrey Epstein appears in a photograph taken for the New York State Division of Criminal Justice Services' sex offender registry March 28, 2017 and obtained by Reuters July 10, 2019. New York State Division of Criminal Justice Services/Handout via REUTERS. THIS IMAGE HAS BEEN SUPPLIED BY A THIRD PARTY. THIS IMAGE WAS PROCESSED BY REUTERS TO ENHANCE QUALITY, AN UNPROCESSED VERSION HAS BEEN PROVIDED SEPARATELY./File Photo

▶ 리나 오씨 처절한 증언
▶ 영국 일간지·방송 출연

▶ “뉴욕 예술학도 시절 만나 장학금 제공하겠다며 미끼 20여 년간 고통 당했다”

전 세계 각계각층 유력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온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고 제프리 엡스타인(1953-2019) 관련 수사자료 공개의 충격파가 전세계 정치권을 덮치고 있는 가운데, 엡스타인의 성착취 네트워크에서 20여년간 고통을 겪어온 한인 여성 피해자 리나 오씨가 오랜 침묵을 깨고 공개 증언에 나섰다.

뉴욕에서 예술가를 꿈꾸던 20대 초반, 엡스타인으로부터 대학 장학금과 미래를 약속받았던 그는 최근 영국의 더 가디언과 더 타임스, ITV ‘굿모닝 브리튼’ 등에 잇따라 출연해 “꿈을 미끼로 던진 지옥이었다”며 성착취의 실체를 증언하고 있다.

더 가디언은 엡스타인이 젊은 여성들에게 접근한 수법을 집중 보도했다. 오씨 역시 2000년, 21세의 뉴욕 예술학도 시절 지인의 소개로 엡스타인을 만났다. 엡스타인은 자신을 “수많은 젊은이를 대학에 보낸 자선가”라고 소개하며 오씨에게 뉴욕의 유명 미술대학인 SVA 학비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오씨는 “엡스타인이 ‘당신은 재능이 있다. 학교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아무 조건 없는 장학금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조건이 붙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학비 지원과 아파트 제공 등 경제적 혜택은 점차 통제와 종속의 수단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오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적 지배를 강화했다. 오씨는 “그는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침투하려 했다”며 “모든 것은 소유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특히 한인 이민 가정 출신으로 예술 활동을 반대하던 부모와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엡스타인의 제안이 “인생을 바꿀 기회처럼 보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 대가로 형성된 관계는 폭력적 성행위와 강압적 상황으로 이어졌고, 그는 이를 “동의하지 않은 강간”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ITV 방송에서 오씨는 “오랫동안 내가 잘못한 일이라 생각하며 수치심 속에 살았다”며 “단순히 피해자로 남고 싶지 않다. 권력과 돈, 교육을 미끼로 한 구조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씨는 2021년 또 다른 생존자인 버지니아 지우프레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복잡한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연방수사국(FBI)은 오씨를 모집책이 아닌 피해자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

연방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대학과의 연계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를 촉구했다. 메릴랜드주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은 컬럼비아대와 뉴욕대에 서한을 보내 “엡스타인이 대학 진학을 약속하며 젊은 여성들을 유인했다는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NYU 측은 관련 사안을 검토 중이며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권력형 성범죄가 취약 계층, 특히 이민자 여성과 경제적·사회적 지원이 절실한 젊은 층을 표적으로 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엡스타인은 사망했지만, 권력과 침묵의 카르텔이 남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생존자들의 증언과 책임 규명 요구는 현재진행형이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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