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었다
아니, 그건 새벽으로 가는 긴 터널이었다
그 안에는 죽음을 찾는 나비들의 비명이 있고,
터널 벽으로는 비가 내린다
터널에는 사람들이 산다
밤으로 쫓기어서
새벽으로 밀려 들어가는 터널에서
그들은 어둠으로 남아있던
그곳을 떠나기 시작한다
밤이었다
아니, 그건 새벽 안에 갇힌 긴 터널이었다
그 안에는 죽음을 맞은 나비의 가냘픈 숨소리가 있고,
홀로 빛을 등지고 선 터널의 끝이 있다
터널에는 남은 사람들이 산다
터널 벽으로 내리는 비는
새벽 햇살을 식혀 갔고,
다시 어느 새벽
남은 사람들은
터널의 어둠이 되었다
새벽이었다
나비의 날개짓 소리로 터널에 비가 내린다
그 터널에는
햇살이 들어오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무덤이 있다
작은메모: 우리는 무엇을 품고 살까? 또 무엇이 되어 살까? 모두가 정상에 오를 수 없고 또
내내 머무를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린 계속 햇살 아래 서 있길 원하고 이 어두운 터널 밖으로
탈출하길 원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린 터널 안에서 날개짓만 하고 있다. 부디 2026년
병오년에는 빛 안에 머무르는 해가 되기를.

김준철 (treeandmoon2022@gmail.com)
현)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비영리문화예술재단『나무달』대표.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 수상, 쿨투라 해외문화상
수상.
시집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슬픔의 모서리는
뭉뚝하다』, 전자시집 『달고 쓰고 맵고 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