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칼에… 찔렸어요.”
지난해 9월 3일 오전 10시 57분, 경찰에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평일 대낮에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는 신고였다. 장소는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한 피자가게. 경찰과 소방이 함께 출동한 현장엔 4명이 쓰러져 있었다. 모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 A(49)씨, 인테리어 업자인 B(60)씨와 C(32)씨 부녀 등 3명은 끝내 숨졌다.
살아남은 이는 한 명, 피자가게 주인인 김동원(42)씨뿐이었다. 그는 준비해 둔 흉기로 세 사람을 찌르고 본인도 자해했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본사·인테리어 업체 갑질?… 사실은
김씨는 왜 난폭하게 흉기를 휘둘렀을까. 범행 동기를 두고 며칠간 추측만 난무했다. 김씨가 중환자실에 입원한 탓에 체포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사건 직후 경찰에 “인테리어 관련 시비 중에 3명을 칼로 찔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정식 조사 전까지는 “사업상 갈등으로 추정된다”는 설명밖에 할 수가 없었다.
일각에선 피해자들의 신분 때문에 프랜차이즈 본사나 인테리어 업체의 갑질을 의심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본사가 정해진 인테리어 양식을 가맹점에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이용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맹점은 공사 일정부터 비용까지 인테리어 업체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이지만, 본사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는 관행이 있다는 것이다.
김씨 가족의 얘기도 본사 갑질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한국일보와 병원에서 만난 김씨의 매형 A씨는 “고인이 되신 분들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면서도 “하자 보수 기간이 2년이고, 본사가 수리해 주기로 했는데 나중에 안 해준다고 했나 보더라. 8월 말 통화 당시 (김씨가) 목소리를 떨면서 ‘(하자 보수를) 해 준다던데 안 된다고 하니 미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는 본사와 ‘1인 메뉴’ 판매를 둘러싼 입장차로 갈등이 있었다”며 “본사에 밉보인 듯하다”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본사는 갑질 의혹을 적극 반박했다. 김씨가 운영하던 프랜차이즈 본사인 피자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통해 “2021년 10월 직영점 오픈 후 가맹사업을 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어떤 점주에게도 리뉴얼을 강요한 적이 없다. 또한 인테리어를 강요하지 않는다”며 “인테리어 업체는 점주가 선택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에 대해선 “매장 최초 오픈부터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면서 “가맹점주(김씨)가 직접 계약한 인테리어 업체와 수리 관련 갈등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점주와 업체 간 문제였지만 (본사는) 방관하지 않고 적극 중재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1인 메뉴 판매를 강요한 적 없다”고도 했다.
다른 지역 가맹점주들도 “본사의 갑질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의 한 점주는 한국일보에 “점주가 인테리어 업체를 선택할 수 있었던 데다, 본사가 점주의 손해를 최대한 고려해 줬다”고 말했다. A씨와 동일하게 2023년 매장을 연 경기 지역 다른 점주도 “인테리어 무상 보수는 계약서에 1년으로 명시됐다. 처음부터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1인 메뉴 판매에 대해서도 점주들은 “본사가 강요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5090317090002272)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5090514130004745)
흉기 숨기고, CCTV 가리고 기다렸다
사건의 발단이 된 인테리어 문제는 아주 사소했다. 김씨가 운영하던 피자가게에서 지난해 7, 8월 배관 누수가 생기고 주방 타일 두 칸이 깨졌다. 김씨가 매장을 연 지 1년 10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애초 시공 문제라기보다 관리 부실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더구나 계약상 인테리어 하자 보수 보증기간은 1년이었다. 개업 당시 매장 인테리어를 해 준 B씨가 “보증기간이 지났다”며 무상 수리를 거절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극도로 분노했다.
당초 사건은 ‘우발적’ 범행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사건 직후 가족들에게 “(범행 당일) 본사는 강압적이고, 업자들은 비아냥거려 너무 화가 났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눈이 돌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 결과는 전혀 달랐다. 김씨는 범행 전날 어머니 집에 들러 주방에서 흉기를 가져왔다. 매장에 있던 칼은 휘어져 범행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칼날은 날카롭게 갈아두고, 목장갑과 함께 매장 출입구 근처 키오스크 뒤에 숨겨 뒀다. 범행 직전엔 매장 내부 폐쇄회로(CC)TV 카메라 렌즈를 물 묻힌 키친타월로 가렸다. 철저한 계획범죄였다.
김씨는 가맹점 계약 체결을 담당한 본사 직원 A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할 말도 있고, 인테리어 해준 사장님이랑 셋이 한 번 뵙고 싶은데요.” 김씨가 의도한 대로 A씨와 B씨는 시간을 조율해 이튿날 함께 매장으로 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B씨가 딸이자 동업자인 C씨까지 데리고 온 것이다.
그래도 범행은 계획대로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매장 문을 잠그고, 숨겨 둔 흉기를 꺼내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A씨와 B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공포에 질려 애원하는 C씨의 목소리는 112 신고에 그대로 녹음됐다. “살려주세요, 해달라는 대로 다 해드릴게요.” 김씨가 원래 악감정을 품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멈추기는커녕, 손에 잡히는 다른 흉기까지 썼다. “나 죽으려고 돈도 다 뺐어. 조용히 하라고 조용히. 사람이 말을 하면. 이리 와, 알았어, 이리 와. 내가 너한테 미안해.” 수차례 칼에 찔린 세 사람은 모두 과다출혈로 당일 숨졌다.
범죄의 심각성을 감안해, 경찰은 사건 발생 13일 만인 같은 달 16일 김씨의 실명과 나이, 사진 등을 공개했다. 경찰은 “범행의 잔인성,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되고 범행 증거가 충분하며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신상 공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씨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운영하는 피자가게에서 흉기를 휘둘러 3명을 숨지게 한 김동원의 신상정보. 서울경찰청 제공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겐 사형이 구형됐다. 김씨가 진술한 범행 동기는 “인테리어 시공에 하자가 생긴 상황에서 시공업체를 소개한 본사 직원 등이 책임을 회피해 인간적 배신감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피고인이 스스로 보수공사를 할 수 있을 정도여서 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하자였다”고 꼬집었다. 또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 잔혹하게 느꼈을 공포감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단란한 두 가정이 파탄나고 피해자는 생명을 잃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달 5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씨는 무기징역을 언도받았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하고 고귀하며 존엄한 절대적 가치”라면서 “당초 계획에 없는 살해 행위까지 있었다는 점 등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꾸짖었다. 인테리어 갈등이라는 범행 동기에 대해선 “범행 결과가 초래한 비극에 비하면 매우 개인적이고 사소하다”고 일축했다. 유가족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김씨는 피해자들의 상속인 3명에게 총 1억5,000만 원을 공탁했지만, 재판부는 공탁금 수령 의사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유리한 정상으로 감안하지 않았다.
다만 김씨가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사건 이전에 반사회적 성향을 드러낸 적 없는 점, 이 사건을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으로까지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법정다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씨가 판결에 불복해 11일 항소했고, 같은 날 검찰도 항소했다. 김씨는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다시 한번 받아보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