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는 설렘도 잠시, 귀성길 정체와 차례상 준비 등으로 명절 연휴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평소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이번 연휴를 그동안 못 잔 잠을 한꺼번에 보충할 기회로 여기기 쉽지만,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잠을 몰아서 자는 습관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수면 실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40분 이상 짧습니다. 잦은 야근과 회식, 치열한 경쟁 사회, 잠자리까지 따라오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환경이 숙면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황경진 교수는 “수면 중에는 기억 정리와 면역 조절, 뇌 노폐물 제거가 이뤄지는데, 이 과정이 충분하지 않으면 다음 날 집중력 저하와 반응 속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며칠 잠을 못 자도 당장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것은 우리 몸이 아드레날린과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억지로 버티는 ‘응급 모드’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수면 부족으로 인한 손상이 누적돼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감정 조절 능력을 떨어뜨려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면역 체계를 교란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설 연휴 동안 쌓인 수면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무작정 잠을 늘리는 방식은 해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평소보다 지나치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불규칙한 생활은 수면 리듬을 깨뜨려 연휴 이후 극심한 피로를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황 교수는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2시간 법칙’을 제시했습니다. 평소보다 잠을 더 자더라도 기상 시간이 평소보다 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 오전 7시에 일어났다면 연휴에도 오전 9시 이전에는 기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낮잠 역시 밤잠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30분 이내로 짧게 자는 것이 좋습니다.
황 교수는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취침과 기상 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일정한 수면 패턴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안정시켜 생체 리듬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설 연휴 동안의 작은 생활 습관 관리가 연휴 이후의 컨디션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