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재정 압박이 될 줄이야… ‘하우스 푸어’ 신호

가족 활동을 줄이거나 여행 계획을 연기하고, 고장이 발생할 때마다 불안감을 느낀다면 하우스 푸어에 빠졌다는 신호다. [로이터]

주택 비용 소득 30% 초과

크레딧카드로 생활비 충당

과감한 재정 구조 조정 필요

내 집 마련은 자산 축적의 시작이자 재정적으로 안정을 이룬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주택 관련 비용은 물론 전반적인 생활비가 급등하면서 주택이 자산이 아니라 가계에 부담이 되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 가구가 늘고 있다. 하우스 푸어란 소득 중 지나치게 많은 부분이 주택 관련 비용에 지출돼 저축이나 비상자금, 일상 생활비 지출에 여유가 거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집을 팔기 전까지 현금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번듯한 집도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리한 주택 구입으로 현재 자신이 하우스 푸어 상태인지 진단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주택 비용이 소득의 30% 초과

개인 재정 상담 전문가들은 주거비가 총소득(세전 소득)의 30%를 초과하면 가계 예산이 빠듯해지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이때 주거비에는 모기지 페이먼트뿐 아니라 재산세, 주택 보험료, 각종 공과금, 유지 및 보수 비용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들 비용이 상승하면 소득이 안정적인 가구라도 재정적으로 과도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주거비를 30% 이하로 유지하면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을 여유있게 감당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과도한 재정 압박 없이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반면 주거비가 다른 중요한 생활비를 잠식하기 시작하면 가계 재정 ‘구조 조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숨은 비용’ 간과

많은 주택 소유주가 집을 유지하는 데 드는 실제 비용을 과소평가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와 관련 가장 흔한 실수는 수리비, 공과금, 계절별 유지보수 비용 등 숨은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숨은 비용만 따져봐도 가계 예산의 5~10%가 추가로 발생하기 쉽다.

여기에 재산세, 주택 보험료, 조경 관리비, 방역비, ‘주택소유자협회’(HOA) 비용 등도 포함해야 한다. 이런 항목들을 주택 비용 계산에 넣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하우스 푸어’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재산세가 꾸준히 오르고, 갑자기 에어컨이 고장 나거나 보험료가 인상되면 한때 감당 가능했던 집이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을 돌변하는 것이다.

크레딧카드로 생활비 충당

주거비 부담이 과도해지면 일부 가구는 식료품비와 공과금 등 기본 생활비를 크레딧 카드로 충당하거나, 저축과 은퇴자금 납입까지 줄이기 시작한다.

이 같은 현상은 주택 비용이 소득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대표적 신호다. 은퇴 계좌에 자금을 납입하지 못하고 비상자금도 바닥을 드러내거나 필수 생활비 지출을 크레딧 카드 등 부채로 해결하기 시작했다면 주택이 주택 소유자에게 이미 과도한 부담을 안기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 ‘삶의 질’ 희생

‘하우스 푸어’ 상태에 빠지면 재정적인 압박을 받는데 그치지 않는다. 재정보다 더 중요한 일상생활의 안정감과 만족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하우스 푸어의 더 큰 문제다. 모기지 페이먼트 비용이 가계 가처분소득을 대부분 차지하면서 자동차 수리나 의료 진료 같은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기본적인 지출을 미루기 시작한다면 위험 신호다.

필수 지출을 미루는 것뿐 아니라 가족과의 활동을 줄이거나 여행 계획을 연기하고, 집에서 무언가가 고장 날 때마다 불안감을 느낀다면 주거비 부담이 과도하다는 의미다. 하우스 푸어 현상은 처음에는 미미한 재정적 어려움에서 시작하지만, 월급을 받기 전에 재정이 바닥나는 상황이 매달 반복되면 하우스 푸어로 인한 재정 문제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

■ ‘재산세·보험료’ 인상

주택을 구입할 때 부담을 최대한 낮춰 계산한 모기지 페이먼트라도 외부 비용이 오르면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자연재해 다발 지역의 경우 재산세와 주택 보험료가 해마다 계속 인상되면서 비용 감당이 가능하던 주택이 어느 순간 재정적으로 부담스러운 주택으로 바뀌기 쉽다. 이들 외부 비용 상승에 공과금과 기타 생활비 인상까지 겹치면 재정 압박은 점점 커진다.

■ ‘스트레스 테스트’로 미리 점검

개인 재정 상담 전문가들은 정기적으로 가계 예산과 관련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보라고 조언한다. 소득이 갑자기 줄거나 지출이 늘어났을 때도 현재 주거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예산 스트레스 테스트가 재정적으로 위험 상황에 빠지는 것을 미리 막아주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예를 들어, ‘가계 소득이 10% 줄어들거나 재산세가 인상된다면 계속해서 이 집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것이다. 또 집을 구입하기 전 몇 가지 상황을 반드시 점검하는 것도 하우스 푸어에 빠지지 않는 방법이다. ▲소득이 앞으로 현재 수준대로 계속 유지되는 경우, ▲고용시장 불안 등으로 실직 가능성은 없는지, ▲새 지붕 교체처럼 예상치 못한 큰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할 때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통제 불능 상황 발생 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 하우스 푸어 대응 전략

하우스 푸어 신세로 전락하진 오래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 없다. 하우스 푸어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다운사이즈: 주택 비용 부담이 낮은 작은 규모의 집을 구해 이사하면 집을 팔아 발생한 매매 차익 등으로 부족한 생활비 마련에 보탬이 된다. 만약 주택을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주택 처분과 구입에 따른 비용이 낭비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주택 담보 대출: 주택 자산이 충분히 쌓였다고 판단되면 담보 대출을 통해 필요한 현금을 융통할 수 있다. 최근 이자율이 올라 매력이 떨어진 옵션이지만 현금이 급하게 필요할 경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다.

▶ ‘캐시 아웃’(Cash-Out) 재융자: 캐시 아웃 재융자는 기존 융자보다 큰 금액의 융자로 전환하면서 차액을 현금으로 대출받는 방식의 재융자다. 최근 이자율이 많이 올랐지만 기존 이자율이 낮다고 판단되면 재융자를 통한 혜택이 기대된다. 캐시 아웃 재융자 역시 주택 리모델링, 크레딧 카드 부채 상환 등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미주 한국일보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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