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열린 K팝 공연이 예상치 못한 ‘온라인 전쟁’으로 번졌다. 공연장 내 관람 매너 논쟁으로 시작된 일이 외모·식문화 비하, 인종차별적 표현, 나아가 역사 문제까지 확산되며 ‘한국 vs 동남아’ 구도의 집단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발단은 설 연휴 기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국 밴드 데이식스 공연이었다. 일부 한국 팬, 이른바 ‘홈마’가 반입 금지된 망원렌즈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다 제지당했고 이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현지 팬들이 관람 매너를 문제 삼았고, 이후 한 현지 이용자가 해당 한국 팬의 얼굴을 촬영해 온라인에 올리면서 갈등은 급격히 격화했다.
외모를 조롱하는 게시물이 확산되자 일부 한국 누리꾼들이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를 향해 인종차별적 비난을 쏟아냈고 동남아 이용자들도 한국 사회의 성형 문화·높은 자살률·주거 환경 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놨다. ‘닭장 아파트’, ‘수용소 같은 주거’, ‘성형 괴물’ 등 자극적 표현이 오가며 감정싸움은 사실상 전면전으로 번졌다.
◇ #SEAbling, “동남아 형제 뭉쳐라”

SNS 캡처
갈등은 곧 지역 연대로 확장됐다.
SNS에서는 ‘SEAbling’이라는 해시태그가 빠르게 퍼졌다. 동남아시아(Southeast Asia)와 형제·자매(sibling)를 합친 말로, 동남아 국가들이 하나로 뭉친다는 의미다.
인도네시아 매체 자카르타포스트와 템포는 2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온라인 공간에서 한국을 겨냥한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올리브영 등 한국 화장품을 거론하며 “한국 제품을 사지 말자”,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소비하지 말자”는 게시물을 공유하며 연대 불매를 주장했다.
엑스(X·옛 트위터), 틱톡, 스레드 등에서는 ‘Korea vs Asian’, ‘SEAblings’ 등의 검색어가 급부상했다. 동남아 여러 국가 이용자들이 가세하며 집단적 ‘디스전’ 구도가 형성됐다. 일부 게시물에는 한국 드라마 보이콧과 한국 기업 제품 불매를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 “카메라 하나로 시작된 온라인 전쟁”
해외 매체들도 이 사안을 주목했다.
영국 IBTimes UK는 이번 사태를 “카메라 하나로 시작된 온라인 전쟁”이라고 표현했고, 인도 매체 Outlook Respawn은 이를 단순 팬덤 충돌이 아닌 “인종과 팬덤 권력, K-팝의 글로벌 책임 문제”로 해석했다. 현지 팬들이 더 이상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 이해관계자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과거 홍콩·대만·태국 네티즌이 연대한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처럼 온라인에서 지역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집단 행동이 확산하는 양상과 닮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역사 문제까지 번진 감정싸움…옆 나라들도 가세
갈등은 외모·문화 비하를 넘어 역사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일부 동남아 이용자들은 “한국은 동남아 덕분에 성장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고, 위안부 피해자 사진이나 독립운동가 사진을 조롱성 맥락에서 게시하는 사례도 등장해 국내에서 공분을 샀다.
반대로 일부 한국 누리꾼들도 동남아 국가의 경제 수준을 거론하거나 인종을 비하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상황을 악화시켰다.

SNS 캡처
이 과정에서 “가짜 한국인으로 위장해 갈등을 부추기는 계정이 있다”는 주장과 함께 중국 누리꾼들이 김치·한복 기원 논쟁 등을 들고 가세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일본, 멕시코 등 아시아와 남미 국가들도 ‘참전’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된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 여행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동남아에서 혐한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말레이시아 방문 계획을 재고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잇따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SNS 알고리즘 특성상 자극적인 게시물이 더 많이 노출될 뿐, 온라인 여론이 곧 현지 사회 전체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