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일까? [글로벌 칼럼]

게티이미지뱅크

나는 우리 할머니가 늘 성경을 “the good book(좋은 책)”이라고 부르셨던 것을 기억한다. 이 표현은 미국 건국 초기에 특히 왕성했던 청교도의 설교 전통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미국이라는 국가가 대륙 전역으로 확장하던 시기에 이르러서는 그 표현은 규범적 수준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good(좋은)”이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 층위가 있을 수 있지만, 주된 의미는 읽을 가치가 있는 책, 도덕적 권위를 지닌 책이라는 뜻이었다. 이는 특히 문해율이 낮고 책이 귀하던 시대에는 더욱 그러했다. 그 당시 한 가정에는 단 한 권의 책만을 소유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럴 경우 대부분 그 책은 성경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나는 앞서의 표현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오늘날에는, 특히 보수적 개신교 관점에서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the word of God)”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이 표현은 인간이 구원을 얻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전달하는, 오류가 없는 텍스트를 의미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은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이라는 신약 성경의 구절을, 거의 문자 그대로 받아쓰게 하신 신성불가침의 과정으로 해석한다.

기술적으로 말하면 이러한 보수적 견해는 축자적(逐字的·verbatim) 이해는 아니다. 일부 영어 번역본에서 “God-breathed(하나님의 숨결로 된)”로 번역된 그리스어 단어는 단지 “영감(inspiration)”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보수 신학은 일반적으로 ‘하나님이 문자 그대로 받아쓰게 하셨다’기보다는, 영감을 받은 인간이 저술했다는 쪽에 더 비중을 둔다. 다시 말해, 하나님은 이사야나 바울 등 매우 인간적인 저자들을 통해 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 예배당에 앉아 있는 평범한 신자는 이러한 본질적인 뉘앙스를 대개 이해하지 못한다.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보수적 견해에서부터, 교회의 전통을 성경과 동등하게 여기는 가톨릭과 정교회 견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종교개혁자들을 가장 크게 자극했던 것도 바로 이 전통의 요소였으며, 그로 인해 그들은 “오직 성경(only scripture)”을 주장하며 전통을 거부하게 되었다.

가톨릭과 정교회 전통에서도 ‘영감’에 대한 강한 강조가 존재한다. 최초의 저자들은 신적인 존재에 의해 영감을 받았으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성경의 저작 모음을 구성한 여러 인물들과 위원회들 또한 신적 영감을 받았다고 본다.

진보적 개신교의 견해도 성경을 하나님의 문자 그대로의 말씀은 아니라고 본다. 신적 체험에 대한 인간의 증언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관점은 번역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준다. 모두가 히브리어, 아람어, 그리스어 원문의 독창성을 인정하지만, 많은 보수주의자들은 번역본 또한 동등한 권위를 지닌다고 믿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학문적 견해와 대다수 진보주의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번역본은 주관적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그것은 단 하나의 의미만을 지닌다. 요한복음은 이를 간결하게 밝히며, 그리스어 원문 또한 분명하다. 우리는 서두의 구절을 읽을 때 단 하나의 질문만 던지면 된다. 킹 제임스 번역본(King James Version)에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태초에 말씀(Word)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내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있었던 것이 성경이었는가? 분명히 아니다. 그렇다면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주장할 방법은 없다.

만일 여러분 가운데 일부가 말하듯이 성경이 오류가 없다면, 요한복음 1장에서 요한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계속 읽어 보면, 요한은 14절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나는 성경이 이보다 더 분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성경은 고정된 저작 모음이 아니다. 기억하라. 신약성경은 아직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수와 초기 기독교인들에게는 성경이 아니었다. 예수와 초기 기독교인들에게 성경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첫째는 모세에게 귀속된 다섯 권의 책인 토라(Torah)였고, 둘째는 고대 이스라엘의 여러 크고 작은 예언자들의 저작들로, 통칭하여 예언서(Prophets)라 불렸다. 토라는 기원전 5세기경에 확정되었고, 예언서는 기원전 3~2세기경에 확정되었다. 글로 만들어진 문서(Writings)는 서기 1세기 후반까지 유동적이었으나, 이미 알려져 있었고 때로는 사용되었으며 때로는 존중되었다.

정경으로 받아들여진 저작 목록을 비교해 보면, 기독교 전통들은 히브리 성경의 어떤 부분도 제외하지 않는다. 다만 배열과 구분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무엘서, 열왕기서, 역대기는 히브리 성경에서는 각각 한 권이지만, 기독교 정경에서는 각각 두 권으로 나뉜다. 가톨릭과 정교회 성경에는 토비트서, 지혜서, 마카베오기와 같이 개신교 정경에는 없는 저작들도 포함되어 있다. 어떤 정경에는 제151편 시편도 존재한다.

요한복음에 동의하지 않을 기독교 전통은 없다. 성경은 예수에 대해 증언하지만, 그 자체가 곧 예수는 아니다. 예수, 곧 그리스도, 메시아, 임마누엘이 하나님의 말씀이지,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다.

 

  • 스티븐 쉴즈 영국 왕립 아시아학회 한국지부 회장

※이 칼럼의 시각은 필자 개인의 시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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