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9년까지 타국 입양 중단”
기대·우려 교차… “실제로 가능하다”
지난해 9월 이후로 해외 입양 ‘0명’
공적 입양 체계 전환… 법적 토대도
“국내 공적 아동 돌봄 체계 강화를”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가 해외 입양 중단을 선언하자, 어릴 적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에이미 카(57)가 보인 반응은 이랬다. 해외 입양인의 친부모 찾기를 돕는 배냇사회적협동조합에 심경을 밝힌 카는 “모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아이들의 정신 건강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기 나라의 아이와 가족을 스스로 돌보는 국가가 더 강한 국가라고 믿는다”며 정부 방침을 강하게 지지하기도 했다.
덴마크로 입양된 나영 안드리스(43)도 동의했다. 안드리스는 “해외 입양 아동들에게 양부모 국가의 언어와 문화가 주는 격차는 너무나 크다. 나는 한국에도, 입양된 나라에도 결코 완전히 녹아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 가족인) 국민들이 헤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사회적 지원 체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자 바람이었다.
팬데믹 첫해에도 아동 232명, 이역만리로
보건복지부는 작년 12월 26일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25~2029년)’을 발표하면서 “2029년까지 해외 입양을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럼에도 해외 입양인들 및 입양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유구하고 끈질긴 해외 입양의 역사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70년간 약 17만 명(민간 추산 약 20만 명)에 달하는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다른 나라로 입양된 아동 수는 경제 성장 본격화 시기인 1980년대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에 접어들었으나, 최근까지도 연간 수백 명이 비행기에 실려 모국을 떠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에도 아동 232명을 해외로 보내, 콜롬비아·우크라이나에 이어 ‘세계 3위 아동 수출국’에 오르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당시 합계출산율1이 0.84명에 그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전세기로 미국에 도착한 한국인 입양 아동들의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정부의 공언처럼 이번엔 정말 해외 입양이 끝날 수 있을까.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외 입양 아동을 줄여 ‘0명’으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허무맹랑한 목표는 아니다. 실현 가능하다고 볼 근거도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입양 아동은 가파르게 감소했다. 2005년만 해도 2,101명의 아동이 ‘새 가족’을 찾아 해외로 떠났지만, 지난해엔 24명만 바다를 건넜다. 특히 작년 9월 민간 기관에서 입양 수속을 밟고 있던 아동 한 명이 미국으로 떠난 걸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해외 입양 사례는 0건이다. 같은 해 7월 정부가 민간 중심이었던 입양 시스템을 ‘공적 입양 체계’로 전환한 데 따른 결과다.

최근 10년간 입양 대기 아동 수와 결연된 입양 아동 수. 그래픽=강준구 기자
원가족에서 분리돼 입양을 기다리는 아동도 크게 줄었다. 올해 1월 기준 입양 대기 아동은 274명, 예비 양부모는 528가구다. 예비 양부모가 두 배 가까이 많다. 모든 아동이 ‘한국인 양부모’를 찾는다고 가정하면, 타국으로 떠날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는 셈이다. 해외 입양 연구자인 신필식 박사는 “입양 대기 아동이 이제는 200명대 수준으로 줄어든 데다,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에 해외 입양의 대안으로 국내 입양뿐만 아니라 ‘위탁 가정 확대’도 포함됐다. 정부 의지만 확고하다면 해외 입양 중단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해외 입양보다 ‘원가족 지원’이 먼저”
이른바 ‘입양 공식’ 역시 오래전 깨졌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과거엔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아동은 국내 입양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외국인 가정에 입양되곤 했으나, 이는 한참 전의 얘기라는 뜻이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해외로 떠난 아동 중 국내 입양이 어려울 정도로 장애가 있는 아동은 아예 없다. 또 해외 입양 아동의 대부분은 미혼모의 아기들이라, 정부 지원만 충분하다면 원가족을 떠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공적 입양 체계’로의 개편에 따라 정부가 입양 절차 전반을 관장하게 된 만큼, 불필요한 해외 입양이 근절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지난해 7월 공적 입양 체계를 전제로 하는 ‘국내 입양에 관한 특별법’과 ‘국제 입양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같은 해 10월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이 발효된 건 주목할 만한 변화다. 국내 법률 2개는 민간 입양 기관이 수행하던 입양 절차 전반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러한 법적 기반에다 헤이그협약 발효까지 더해지면서 이제 해외 입양은 ‘국내에서 적합한 가정을 찾지 못한 경우’에만 가능하게 됐다. 노 교수는 “적어도 예전처럼 민간 기관이 입양 수수료를 벌기 위해 해외 입양을 보내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 이후 한국 아동 입양 수령국의 변화. 그래픽=강준구 기자
다만 ‘해외 입양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시각도 상존한다. 원가족에서 분리된 아동에게 중요한 건 ‘국적’이 아니라 ‘가족, 그 자체’라는 이유에서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모든 아동은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아동 정책의 원칙”이라며 “그 가정이 한국이든 미국이든, 아동에게는 빨리 가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장애가 있더라도 한국인 아동을 입양하고 싶어 하는 가족들이 미국에는 지금도 있다”고 부연했다.
“대안 양육 발전시키는 게 책임 있는 국가”
핵심은 역시 ‘국가의 역할’이다. 과거에는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필요한 아동들을 이역만리로 떠나보내는 손쉬운 선택을 했다면, 이제는 ‘아동 복지’라는 틀 안에서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양육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노 교수는 “해외로 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나라에선 아동 복지 제도가 발전할 수 없다”며 “아동들이 타국으로 갈 필요가 없게끔 친척 입양·위탁이나, 위탁 가정 활성화 등 해외 입양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더 발전시키는 게 책임 있는 국가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신 박사도 “원가족과 분리된 이후 국내 입양이 되지 않은 아동에 대해선 국가가 가족에 준하는, 안정적인 위탁 가정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해외 입양 중단은 단순한 중단 조치가 아니라 원가족·입양 가족·위탁 가정을 아우르는, 국내 공적 아동 돌봄 체계의 전환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