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었다”…이란·이스라엘 교민 140명, 폭격·안개 뚫고 대피

이란을 떠나 3일 투르메니스탄에 도착한 교민들이 현지 대사관이 제공한 음식을 받고 있다. 외교부 제공

이스라엘 교민 62명 등 이집트 이동
대피길 짙은 안개에 교민들 가슴 졸여
이란 국적 가족 한때 입국 거부되기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폭발음이 동네에서도 요란하게 들렸어요”

이란 공습이 시작된 후 이란·이스라엘 방공호 등에 몸을 숨겼던 우리 국민들의 탈출은 영화를 방불케 하는 비밀 작전 속에 이뤄졌다. 꼬박 하루 넘게 이어진 육로 탈출과 여러 우여곡절로 지친 교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했지만, 국경을 넘었다는 안도감을 내비쳤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란·이스라엘에 체류했던 교민 약 140명은 인접국으로 무사히 대피를 완료했다. 이날은 이스라엘에 체류했던 한국인 66명이 3일(현지시간) 국경을 넘어 이집트로 대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은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떠나 대사관 임차 버스를 타고 16시간을 달린 끝에 이날 이집트 국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단체관광객 등 단기체류자 47명(미국 국적자 2명 포함)이 국경에서 합류, 총 113명이 이스라엘-이집트 국경 검문소를 통과했다고 한다.

여행차 이스라엘을 방문했다가 발이 묶인 한 여행객은 현지의 한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전쟁이 시작된 날 텔아비브에 있었다. 사이렌이 울리고 곧바로 방공호로 대피했는데 미사일 요격 소리에 너무 무서웠다.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교민들은 주이집트대사관과 서울의 외교부 본부가 파견한 신속대응팀의 지원을 받아 이집트 수도 카이로로 다시 이동할 예정이다.

같은 날 이란에 체류했던 28명(교민의 이란 국적 가족 4명 포함)도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대피했다. 이들은 지난 2일 오전 주이란 한국대사관이 제공한 버스 2대를 이용해 이란 수도 테헤란을 떠나 동쪽으로 이동했다.

3일 이스라엘을 떠나 이집트 국경에 도착한 교민들이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3일 이스라엘을 떠나 이집트 국경에 도착한 교민들이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소식통에 따르면 버스 출발 직후 이란 테헤란에 대규모 공습이 벌어져, 대사관 직원들과 교민들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또한 투크메니스탄으로 향하는 길에 깔린 안개 탓에 속도를 내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들은 중간 기착지에서 1박한 이후 이날 저녁 국경을 넘어 안전하게 투르크메니스탄 입국 수속을 무사히 마쳤다.

한 때 투르메니스탄 당국은 대피 행렬에 포함된 한국인 교민의 이란 국적 가족 4명 중 배우자를 제외한 3명의 입국을 불허했다. 이에 해당 가족 전원(5명)이 입국을 포기했지만, 우리 외교 당국의 설득 끝에 결국 이들 가족 모두 투르크메니스탄에 입국하게 됐다.

또한 이번 대피 인원 중에는 이란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이도희 감독과 이란 프로축구 리그에서 활동해온 국가대표 출신 이기제 선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피 인원은 주투르크메니스탄 한국대사관에서 임차한 버스를 이용해 수도인 아시가바트로 이동 중이며 4일 중 한국이나 제3국으로 개별 출국할 예정이다.

이번 대피 작전으로 이란 교민은 기존 60여명에서 약 40명(대사관 직원 및 가족 포함)으로 줄었다. 이스라엘 교민은 600여명에서 500여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교민들의 수요가 있을 경우 추가 대피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이란·이스라엘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있는 관광객을 포함한 단기 체류자들의 귀국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중동 지역 13개국에는 한국인 약 2만 1,000여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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