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스토리] 슈퍼 마리오 만든 ‘게임의 신’…닌텐도에서 12년간 만년 과장이었던 이유는?

2007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콘퍼런스에 참여한 닌텐도의 최고 게임 디자이너 미야모토 시게루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마리오다. 커다란 붉은 모자에 콧수염, 푸른색 멜빵바지 차림의 마리오는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알 정도로 유명한 존재다. 마리오가 얼마나 유명한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다. 당시 폐막식에 등장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다음 개최지 일본을 알리기 위해 마리오로 분장했다. 그만큼 마리오는 게임을 개발한 닌텐도뿐 아니라 일본을 알리는 상징적 존재다.

닌텐도에서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마리오가 등장하는 게임 시리즈는 9억 개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2023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라는 영화로도 제작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세계적 인기 캐릭터를 만든 주인공이 ‘마리오의 아버지’인 미야모토 시게루다. 닌텐도를 일본의 화투회사에서 세계적 게임회사로 변신시킨 요코이 군페이만큼 괴짜인 그는 닌텐도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마리오 시리즈를 비롯해 ‘젤다의 전설’ 등 세계적으로 성공한 게임을 만들어 게임업계에서 ‘게임의 신’으로 통한다.

칭찬에 약한 자

요미우리, 아사히, 니혼게이자이, JB프레스 등 일본 언론 기사들을 보면 미야모토는 요코이처럼 독특했다. 다양한 일에 관심이 많고 학업에 뜻이 없어 노는 것을 좋아하는 등 요코이와 비슷한 면이 많다.

1952년 일본 교토 외곽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미야모토는 어릴 때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자랐다. 집에 TV가 없어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동네 극장에서 디즈니의 장편 만화영화를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그는 칭찬에 약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칭찬 때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중학교에서도 주변의 칭찬에 취해 만화가가 되려고 만화부를 만들었다. 그러나 고교생 때 실력 부족을 느껴 만화가의 꿈을 접고 가나자와 미술공예대학에 진학해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하지만 학업보다 밴드 활동에 열중했고, 기타 연주를 더 즐겼다. 그 바람에 유급까지 당할 뻔했으나 겨우 대학을 졸업했다.

평범한 월급쟁이가 되고 싶지 않았던 미야모토는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원했다. 그때 눈에 띈 것이 요코이가 만든 레이저 광선총 장난감으로 성공을 거둔 닌텐도였다.

하지만 1977년 지인의 주선으로 미야모토를 만난 닌텐도의 야마우치 히로시 사장은 디자이너를 원하지 않았다. 대신 시장에 팔 수 있는 제품 아이디어를 요구했다. 며칠 뒤 미야모토는 키 작은 아이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코끼리의 코처럼 생긴 옷걸이를 그려서 보여줬다. 야마우치 사장은 남과 다른 그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 채용했다.

2016년 열린 브라질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마리오 분장을 한 채 다음 대회 개최지인 일본을 소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리오는 어떻게 탄생했나

미야모토를 뛰어난 게임 기획자로 바꿔 놓은 것은 어려운 회사 사정이었다. 당시 닌텐도는 야마우치 사장이 미국 시장을 겨냥해 야심 차게 내놓은 전자오락기 ‘레이더 스코프’가 망하는 바람에 직원들의 월급을 걱정할 만큼 사정이 좋지 않았다. 야마우치 사장은 팔리지 않아 창고에 잔뜩 쌓인 레이더 스코프를 재활용할 만한 사내 게임 공모를 진행했다. 여기에 미야모토의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마침 신사업 개발을 총괄하던 요코이는 그가 제출한 4개의 아이디어가 모두 마음에 들어 그를 전격적으로 지원했다.

그렇게 수개월의 개발 과정을 거쳐 등장한 게임이 1982년 마리오라는 캐릭터를 최초로 선보인 ‘동키콩’이다. 동키콩은 고릴라에게 납치당한 여인을 구하려는 남자의 모험을 다룬 단순한 게임이다. 동키콩이라는 이름의 고릴라가 계속 던지는 통을 뛰어올라 피하면 된다.

원래 야마우치 사장은 미야모토에게 미국 만화 캐릭터 ‘뽀빠이’를 게임 속 남자 주인공으로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뽀빠이 판권을 가진 미국업체가 사용을 불허하는 바람에 미야모토가 급히 만든 캐릭터가 마리오다. 마리오라는 이름은 닌텐도 미국 법인이 임대한 건물의 관리인 이름에서 따왔다. 게임 캐릭터가 콧수염을 기른 그의 외모와 흡사해 차용했다.

마리오의 디자인 과정을 보면 당시 기술의 한계와 비협조적인 사내 분위기를 극복하려고 고군분투한 미야모토의 노력이 보인다. 일일이 머리카락을 재현하기 힘들어 빨간 모자를 씌워 덮었고, 입도 콧수염으로 가려 버렸다. 푸른색 멜빵바지는 다리의 움직임을 단순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대신 코주부처럼 코를 커다랗게 그려 개성을 부여했다.

문제는 디자인 이후였다. 게임 개발자들은 디자이너가 나서서 개발을 주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비협조적 상황에서도 미야모토는 포기하지 않고 개발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여기에 게임 속 음악까지 직접 작곡해 집어넣었다. 사실상 미야모토 혼자 게임 기획부터 디자인, 작곡 등 1인 다역을 했으니 마리오의 아버지로 불릴 만했다.

하지만 마리오를 본 내부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직원들은 게임 주인공부터 내용까지 모두 탐탁지 않게 여겼고, 회사가 망할 것이라며 출시를 반대했다. 오로지 야마우치 사장만 마리오의 성공을 예상하며 미국 출시를 강행했다.

야마우치 사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동키콩은 출시 첫해 미국에서만 1억 달러 넘는 매출을 올리며 닌텐도를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만들었다. 더불어 미야모토도 세계적인 게임 기획자로 변신하게 됐다.

일본 닌텐도를 유명하게 만든 세계적인 게임 캐릭터 마리오. 닌텐도 제공

‘아톰’에서 배우다

동키콩의 성공으로 힘을 얻은 야마우치 사장은 아예 사운을 걸고 가정용 게임기(콘솔) 사업을 벌였다. 그렇게 만든 게임기가 1983년부터 20년간 생산된 ‘패미컴’이다. 패미컴 역시 사내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야마우치 사장이 현금을 벌어들이던 전자오락실용 게임기를 포기하고 패미컴에 전력투구했기 때문이다. 미야모토마저 반대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시된 패미컴은 6,000만 대 이상 팔리며 전 세계적으로 가정용 게임기 열풍을 일으켰다.

패미컴을 밀어붙인 야마우치 사장은 게임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보고 미야모토에게 기기 판매를 견인할 킬러 콘텐츠, 즉 게임 개발의 중책을 맡겼다. 사실상 회사의 운명을 그에게 맡긴 셈이다.

미야모토는 동키콩의 주인공 마리오를 1회성 캐릭터로 보지 않았다. 마치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하는 인기 배우처럼 다양한 게임 속 주인공으로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아톰’으로 유명한 일본의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에서 비롯됐다.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는 닮은 꼴 인물들이 여러 작품에 등장한다. 그래서 마리오를 주인공으로 한 ‘마리오 브라더스’를 1983년, 세계적으로 성공하며 패미컴의 킬러 콘텐츠가 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1985년에 잇따라 내놓았다.

미야모토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서 세계 최초로 주인공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옆으로 흐르는 횡스크롤 방식을 고안했다. 이후 횡스크롤 방식은 유행처럼 번졌다. 닌텐도 내부에서는 같은 게임을 여러 번 우려먹는다는 비난이 있었으나 마리오가 등장하는 후속작들은 속속 성공했고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미야모토는 과거 경험을 게임 개발에 곧잘 활용했다. 어릴 때 읽은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얻어 마리오가 먹고 나서 부풀어 오르게 만드는 버섯을 등장시켰고, 파이프를 타고 이상한 나라인 지하세계로 넘어가게 만들었다. 실제로 미야모토는 어려서 한때 파이프가 복잡하게 얽힌 동네에서 살기도 했다. 파이프가 등장하면서 마리오의 직업은 배관공이 됐다.

또 다른 닌텐도의 대표 게임 ‘젤다의 전설’도 미야모토가 어려서 재미있게 읽은 제임스 배리의 동화 ‘피터팬’에서 비롯됐다. 1986년 패미컴용 게임으로 출시된 ‘젤다의 전설’ 역시 세계 최초로 저장 기능을 도입한 획기적 게임이었다. 당시 게임들은 게임기 전원을 끄면 진행하던 게임을 저장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젤다의 전설은 게임 소프트웨어가 들어있는 카트리지에 보조 배터리를 이용해 게임 내용을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젤다의 전설은 오픈월드 게임의 시초로 꼽힌다. 오픈월드 게임이란 경로를 제한하지 않고 캐릭터가 게임 속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진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오늘날 많은 게임이 젤다의 전설처럼 오픈월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닌텐도 일부 직원들은 이런 방식이 낯설어 게임이 실패할 것이라고 봤으나 여러 편의 시리즈로 거듭나며 지금까지 팔리는 슈퍼 히트 상품이 됐다.

올해로 젤다의 전설은 출시 40주년을 맞았다. 전 세계 게임판매량을 집계하는 브이지차트(VGChartz)에 따르면 젤다의 전설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억6,000만 개 이상 팔렸다. 슈퍼 마리오와 더불어 젤다의 전설이 성공하면서 미야모토는 ‘게임의 신’이라는 호칭을 얻게 됐다.

닌텐도 게임 ‘젤다의 전설’ 이미지. 닌텐도 제공

엄마들이 싫어할 게임은 만들지 않는다

미야모토는 게임 만드는 것을 좋아해 승진까지 거부했다. 닌텐도를 살린 히트 게임을 여러 종 개발했지만 그는 12년 동안 과장에 머물렀다. 회사에서는 여러 번 그를 승진시키려고 했으나 게임 개발 현장과 멀어지기 싫다며 거부했다. 그런 그에게는 게임 개발을 위한 원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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