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옥(1925~2006) 감독은 평생 영화 74편을 연출했다. 그는 ‘폭군 연산’(1962)을 가장 후회가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편집을 제대로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이 관객과 만났기 때문이다.
‘폭군 연산’은 ‘연산군’(1962)과 함께 제작된 영화다. ‘연산군’은 1월 1일 개봉했고, ‘폭군 연산’은 설날인 2월 5일에 극장가에 선보였다.
‘연산군’이 흥행하니 눈앞 명절 대목을 놓칠 수 없어 한 달 뒤 속편 개봉이라는 무리수를 뒀던 거다.
□ 설날과 추석은 극장가의 대목이다. 크리스마스를 낀 연말과 여름 휴가철 역시 관객이 몰리는 시기로 꼽히나 오랜 전통을 따지면 명절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한국 영화가 침체기였던 1970~80년대 명절 흥행은 외화가 주도했다. 지금처럼 전 세계 동시 개봉을 하던 때가 아니니 수입사가 명절을 겨냥해 영화를 내놓을 수 있었다.
홍콩 액션배우 청룽(成龍·성룡)이 한때 국내 명절 극장가를 쥐락펴락하던 모습이 50대 이상에게는 추억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 지난 설날 연휴 극장가 흥행 승자는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였다.
연휴 5일 동안 268만 명을 모으며 ‘잭팟’을 예약했다. 지난 3일까지 총 940만 명이 관람해 1,000만 관객 동원 초읽기에 들어갔다.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왕과 남자가 제목에 들어간 영화는 모두 관객 1,000만 명을 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5)는 1,230만 명을,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는 1,232만 명을 각각 모았다.
□ ‘왕과 사는 남자’는 폐위된 단종(박지훈)이 귀양 간 강원 영월에서 촌장 엄흥도(유해진)와 나누는 우정을 담고 있다.
단종 복위 실패를 통해 실현되지 않은 정의를 묘사하며 공분을 자아낸다.
‘왕의 남자’는 연산군의 폭정을 붓 삼아 광대들의 얄궂은 운명을 그린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광대 하선(이병헌)을 등장시켜 군주의 올바른 면모를 탐색한다.
제대로 된 통치자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왕을 앞세운 영화들 흥행의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