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한국영화 25번째 ‘1000만 영화’ 탄생 예고
세대별 고른 호응, 역사물 흥행 공식 따른 게 비결
“오늘날 유효한 질문” 계유정난도 장르 불문 관심
“(내가 그렇게 연출을 잘했으면) 이미 1,000만 영화를 했겠지. 내가 거장 감독은 아니잖아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개봉하기 전인 지난 1월 말,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장항준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껄껄 웃었다. 당시만 해도 그는 영화가 이렇게 빨리 1,000만 명이라는 숫자를 향해 돌진할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 성형하고 개명하고 다른 나라로 귀화하겠다”는 장난스러운 공약까지 내걸 정도였다. 사실상 1,000만 돌파가 확실시되자 장 감독은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숫자”라며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4일 개봉한 ‘왕사남’은 전날 하루 전국 19만4,000여 명의 관객을 더하며 누적 관객 940만7,000여 명을 기록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6일이나 7일쯤 1,0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역대 국내 개봉작 중 34번째, 한국영화 가운데선 25번째 1,000만 영화가 된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촬영 현장. 쇼박스 제공
당초 배급사 쇼박스는 이 영화의 1,000만 돌파 시점을 3월 둘째 주나 셋째 주로 예상했으나 실제 흥행 속도는 그보다 가팔랐다. 통상 개봉 후 관객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지만 이 영화는 주말 사흘 관객 수 기준 첫 주 76만 명에서 95만, 141만, 175만 명으로 매주 늘어나는 이례적인 흐름을 보였다. 특히 삼일절 휴일 하루에만 81만여 명이 들어 개봉 이후 가장 많은 관객이 들기도 했다.
영화계에선 입소문이 퍼지고 가족 관객이 몰리면서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분석한다. 김형호 영화산업분석가는 “2년 전 ‘파묘’와 ‘범죄도시4’ 이후 영화관에 잘 가지 않던 관객들이 몰리면서 관객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 관객이 보기 좋은 사극 영화라는 점도 흥행 가속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멀티플렉스체인 CJ CGV의 연령대별 예매 분포를 보면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고루 20%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쇼박스 제공
‘왕사남’은 ‘조선 왕조+서민’ ‘코미디+신파’ 같은 21세기 한국영화 흥행 공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광대와 연산군을 짝지은 ‘왕의 남자’를 위시해 ‘광해, 왕이 된 남자’ ‘관상’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913만 명을 모은 ’관상’(2013)에 이어 ‘왕사남’까지 흥행하면서 계유정난(훗날 세조가 되는 수양대군이 동생 안평대군과 조카 단종을 제거하고 왕위에 오른 사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영화 개봉 직후부터 이달 2일까지 ‘조선왕조실록’을 키워드로 한 도서 판매량이 개봉 이전 기간보다 2.9배 늘었다. 단종을 주인공으로 한 이광수의 소설 ‘단종애사’는 저작재산권 소멸 영향도 있어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창극단이 19일 선보이는 창극 ‘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 역시 계유정난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왕사남’의 역사 자문을 맡은 김순남 고려대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는 이 영화가 오늘날 대중에게 강한 호소력을 지니는 이유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정당한가’라는, 계유정난을 둘러싼 질문은 지금도 유효한데 특히 지난 12·3 비상계엄사태를 겪은 뒤여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왕사남’의 박윤호 프로듀서는 “거대한 역사보다 한 인간의 선택과 침묵 그리고 책임에 더 크게 공감한 듯하다“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강한 권력이나 부조리 앞에서 흔들리는 순간을 경험했을 텐데 ‘그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영화가 던지면서 많은 분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의 흥행은 주요 촬영지인 강원 영월군까지 들썩이게 하고 있다. 영월군 측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삼일절 연휴 기간 주요 촬영지인 청령포와 단종의 능인 장릉에 2만6,000여 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이곳을 찾은 26만여 명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영월군 관계자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야 하는 청령포의 경우 오후 4시쯤 매표를 조기 마감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