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최지나 일정 변경 문제 수면 위로
역대 최대 규모 2026 북중미 월드컵 위기 봉착
AP “시애틀·뉴저지·보스턴, 경기 행사 축소돼”
미 공습에 이란 여자 초등학교 단체 장례식 충격
유네스코 “국제인도법 위반한 중대 범죄” 규탄
이란 축구팀의 월드컵 불참 가능성 커져
FIFA 결단 시점…월드컵·올림픽 변경 사례 많아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질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역대급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인해 국제사회에 월드컵의 정상 개최 회의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월드컵 개최지 및 시기 변경이 수면 위에 오르고 있다.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월드컵은 오는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펼쳐진다. 특히 48개국이 출전해 104경기가 치러지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한 전쟁으로 인해 ‘피로 물든 월드컵’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미국 내에서도 행사 자체가 부담스러운 눈치다.
AP통신은 5일 “지난 20년 동안 ‘팬 페스티벌’은 월드컵 경험의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현재 미국에서 이런 계획은 축소되고 있다”며 “월드컵 개최 도시 중 한 곳인 뉴저지는 도시 내 팬 페스티벌을 폐지했다. 시애틀은 원래 계획을 축소해 소규모 장소로 일정을 변경했으며, 보스턴도 행사를 16일로 줄였다”고 보도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최될 미국 시애틀의 루멘 필드 경기장. NFL 시애틀 시호크스 홈페이지 캡처
‘팬 페스티벌’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 국민들이 처음 광화문 광장에서 보여준 광장 문화와 비슷하다. 경기 티켓이 없는 수천 명의 팬들이 함께 모여 큰 화면으로 경기를 관람함으로써 월드컵 분위기에 동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전체 104경기 중 78경기가 치러지는 미국에서 축제 분위기를 지우려는 것이다. 애틀랜타, 보스턴, 휴스턴, 댈러스, 캔자스시티, 로스앤젤레스, 마이매미, 뉴저지,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미국 내 개최 도시 11곳 중 3곳에서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특히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어린이들이 입은 참상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은 지난 4일부터 이란 남부 미나브에 위치한 여자 초등학교 희생자 175명의 장례식이 열려 수천 명의 조문객들이 몰렸다고 전했다.
심지어 끔찍한 사진도 공개됐다. 학교 인근 공동묘지에서 굴착기로 네모지게 줄 맟줘 땅을 파고 있는 현장도 보여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이슬람혁명 수비대(IRGC)를 공습했는데, 이곳으로부터 약 600m 떨어진 해당 여자 초등학교가 자리했다.

이란 정부가 4일 미국 공습으로 미나브 소재 여자 초등학교에서 희생된 피해자들의 공동묘지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공개했다. 미나브=AP 뉴시스
국제연합(UN) 산하 국제기구 유네스코(UNESCO)는 성명을 내고 “국제인도법에 따라 학교에 보장된 보호 권리를 정면으로 위반한 중대 범죄”라며 규탄했다.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파키스탄 인권운동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안고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간 소녀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잔혹하게 짓밝혔다”며 “모든 아이들은 평화 속에서 살아가고 배우며 성장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국제축구연맹(FIFA)는 지난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에도 “48개국 모든 팀이 참가하는 정상 개최”를 희망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조 추첨식 당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FIFA 평화상’을 수여해 현재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탕을 물려 선수들의 비자 발급 문제 등을 해결하려 했으나, 오히려 제 발등을 찍은 셈이 됐다.

이란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22년 11월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2026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미국과의 경기 전 국가를 부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직격탄을 맞은 이란은 월드컵 불참 가능성이 높다. 메흐디 타지 이란축구협회장은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월드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6월 미국에서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치를 예정인 이란이 정상적으로 미국행을 결정한다고 해도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미군들이 사망한 가운데 이들이 출전하는 경기장과 관중들의 안전도 100% 보호 받기 힘들다.
또한 미국과 서방국들의 불안한 정세도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습을 위해 미군 기지 사용을 불허한 스페인을 공개 비난하며 “스페인과 모든 교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공습 초기 군기지 사용을 불허했다가 뒤늦게 사용을 승인한 영국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동맹국 간 관계에 균열이 생기면서 향후 월드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과 그린란드 병합 시도 등으로 일부 유럽 국가들에선 이미 ‘월드컵 보이콧’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주장도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열리는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의 아크론 스타디움. 과달라하라=AFP 연합뉴스
아울러 최근 멕시코 정부가 할리스코주 최대 마약 카르텔의 수장을 사살하면서 카르텔 조직원들의 보복성 폭력사태가 끊이지 않는 점도 문제다. 할리스코주의 과달라하라는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예선 등 4경기가 잡혀 있어 멕시코의 치안 상황이 도마에 올랐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경기장 등을 방문하는 축구 팬들을 위해, 개최 도시에서 보안과 교통 관리 등 다양한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개최지 변경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평화와 화합의 상징인 월드컵이 전쟁 등으로 인해 개최 명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결국 월드컵 개최지나 일정을 변경하는 대안에 대해 FIFA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월드컵과 올림픽 등 거대 스포츠 행사가 파행 운행된 사례는 많다. 가깝게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돼 2021년에 개최된 적이 있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2023년 열렸다.

4일 멕시코시티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D-100을 기념해 공인구 ‘트리온다’ 모형이 전시돼 있다. 멕시코시티=AFP 연합뉴스
축구로는 개최지가 변경된 사례가 있다. 2003 FIFA 여자 월드컵은 원래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2022년 말 사스(SARS) 바이러스 여파로 중국이 개최권을 반납해 미국에서 열렸다. FIFA는 4년 전 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있는 미국과 접촉했고, 최종적으로 미국이 2회 연속 여자 월드컵을 개최했다.
또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축구대회를 치르지 못했다. 2022년까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2023 AFC 아시안컵 개최지였던 중국은 대회를 포기했다. 결국 2022년 월드컵을 치른 카타르로 개최지가 변경됐고, 2024년 1월 ‘2023 아시안컵’ 타이틀로 일정이 변경돼 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