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자배구 대표님 이도희 감독 귀국
투르크메니스탄·튀르키예 거쳐 나흘 만
“대사관으로 피신, 폭격음 생생히 들려”
두바이에 발 묶였던 단체 관광객도 귀환
“호텔 근처에서 드론 미사일 터져 공포”
포성이 끊이지 않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탈출한 이란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이도희(58) 감독이 죽음의 공포를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감독은 이란 체류 한국인 20여 명과 함께 대사관이 마련한 임차 버스를 타고 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200㎞ 떨어진 투르크메니스탄으로 건너간 뒤,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거쳐 5일 오후 6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장장 나흘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이 감독은 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 “(비행기에서 내리자) ‘한국에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전역을 공격했던 당시 이 감독은 테헤란에서 멀리 떨어진 이스파한 지역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었는데 직접적 위협을 겪진 않았다고 한다. 공습 직후 짐도 챙기지 못한 채 대사관으로 몸을 피했고, 이틀 뒤 귀국길에 올랐다. 이란에 남겨두고 온 선수들도 다행히 무사하다. 이 감독은 현지 상황이 진정되면 이란으로 돌아갈 생각이지만,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순 없다.
이 감독과 같은 항공편으로 귀국한 대사관 직원 김모(35)씨도 눈앞에서 포화를 생생히 목격했다. 김씨는 “항상 이란 정세가 안 좋았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전쟁이) 터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정신적인 충격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교민 대피를 위해 임차 버스 수배, 이동 경로 파악, 비상식량 구비 등 본연의 업무도 해야 했다. 다만 교민들이 인접국으로 건너간 후에는 개별적으로 이동편을 구했기 때문에 귀국 인원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중동 사태 여파로 두바이 공항 운항 차질이 이어지면서 현지에 체류하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영종도=강예진 기자
중동 국가를 여행하다 현지에 발이 묶였던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이날 한국 땅을 밟았다. 딸과 함께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물렀던 김연숙(65)씨는 “아부다비 박물관을 관람하는데 바로 앞 바다에 미사일이 떨어졌다”며 “호텔에 머무는 동안 비행기나 구급차가 지나가는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더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김씨를 비롯해 UAE 두바이에 체류했던 하나투어 패키지 관광객 150여 명 중 36명은 4일(현지시간) 두바이를 떠나 대만 타이베이를 경유해 무사 귀환했다. 당초 2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두바이공항 폐쇄로 결항이 이어지면서 일정이 사흘가량 늦어졌다. 친구와 함께 출국했던 한 관광객(52)은 “드론(무인기)이 호텔 바로 옆에서 터져서 진짜 무서웠다”며 “집에 전화를 하면서 울 뻔했지만 가족이 더 걱정해서 비행편 구해지는 대로 건강히 잘 가겠다고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광객은 “호텔 근처에서까지 미사일과 드론이 터졌는데, 교통사고 정도로 ‘쾅’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동이 큰 ‘펑’ 하는 소리였다”며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했다.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김재성(69)씨도 “2일쯤 아부다비 박물관에 다녀오는 길에 여기저기 폭탄이 떨어져 불이 났다”며 “‘웽’ 하면서 ‘펑펑’ 터지는 소리에 겁이 났다”고 회상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두바이에 체류 중인 여행사 5곳의 패키지여행 관광객은 525명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114명이 두바이를 빠져나왔다. 하나투어에 이어 모두투어 관광객 39명도 이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정부는 7일 또는 8일쯤 대한항공 전세기를 오만 수도 무스카트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