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습 비판했지만
아랍 동맹국·역내기지 위협에
나토도 미사일 방어태세 강화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개입을 꺼리던 유럽 국가들도 점차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란의 보복 공격이 걸프 동맹국은 물론 역내 군사기지까지 위협하자 군사력을 긴급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이들은 공격이 아닌 ‘방어’ 차원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5일(현지시간) “이란이 걸프만 주변 국가들과 더 넓은 지역을 공격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영국 전투기 4대를 카타르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인기(드론) 공격 능력을 갖춘 군용 헬리콥터도 6일 키프로스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당초 “이란 공격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2일 이란의 드론이 키프로스의 영국 공군 기지로 날아들어 항공기 격납고가 파손되자 대응에 나섰다. 키프로스는 중동과 가장 인접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이다.
미국의 이란 공습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란의 보복 공격에 맞서는 것에 한해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프랑스 마르세유 인근에 있는 이스트르 공군기지에 미국 항공기 착륙을 조건부로 허가하기로 했다. 합참은 “공군 기지는 항공기 연료 보급을 위해서만 사용될 것”이라며 “착륙이 가능한 항공기는 전투기가 아닌 공중급유기”라고 강조했다.
카트린 보르탱 프랑스 국방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중급유기는 전투기가 아니라 주유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프랑스는 전쟁 중이 아니고, 방어적 입장을 취할 뿐 어느 누구도 공격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급유기는 전투기가 아니라 주유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 일롱그(Île Longue) 핵잠수함 해군 기지에서 연설을 마친 뒤 군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도 키프로스 방어를 위해 해군 함정을 배치하고 아랍 동맹국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방공 무기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군에 군사기지 허용을 불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던 스페인도 크리스토발 콜론 호위함을 키프로스로 파견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프랑스도 항공모함인 샤를 드골함을 지중해 인근에 투입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이 원치 않는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며 “자국민에 대한 이란의 보복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아랍 동맹국에 대한 외교적 약속을 지켜야 하는 유럽의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유럽 상당수 국가가 걸프 동맹국과 방위협정을 맺은 만큼 방어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이란 공습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시작됐지만 이제 우리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중동 사태 개입에 선을 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동맹 방어 차원에서 탄도미사일 방어 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전날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를 향해 발사된 이란 미사일을 요격한 이후 취해진 조치다. 다만 이란 군 당국은 “튀르키예 영토를 향해 어떤 미사일도 발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튀르키예로 향하던 이란 미사일을 격추한 것과 관련해 “나토 조약 5조의 집단방위 조항을 즉각 발동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