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고립무원 된 이란…동맹국 러시아·중국·인도 ‘모르쇠’

이란의 한 성직자가 2025년 11월 12일 이란 테헤란에 있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항공우주군 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제3자가 제공한 사진을 로이터가 입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충돌 엿새째에도 함께 싸울 동맹국 전무
러시아·중국은 “미국, 이스라엘 규탄”만
우크라전에 사활 건 러, 미국과 관계 중요
4월 트럼프 방중 앞둔 중국도 참전 유인 없어

미국·이란 전쟁에서 이란이 고립무원에 빠졌다. 전쟁에 개입을 꺼리던 유럽마저 걸프 동맹국들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란의 동맹이라고 여겼던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이 발 벗고 나서긴커녕 철저히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이란은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의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전쟁에서 그들의 지원은 대부분 수사에 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와 이란은 지난달 19일 오만만에서 소규모 해군 훈련을 실시했고, 중국은 이란 원유 최대 수입국으로 이란에 무기 부품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외교적 비난과 우려 외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가 무기 공급을 비롯해 이란 지원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란으로부터 어떠한 지원 요청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냉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우리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이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설령 한다고 해도 지원에 나설 의사가 없다는 의미다.

특히 이란 입장에서 러시아의 방관은 뼈아프다. 러시아는 10년 이상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맺은 최대 우방국이다. 양국의 군사 협력은 시리아 내전 기간 강화됐으며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는 이란이 전장에 샤헤드 자폭 드론을 공급할 정도로 각별했다. 지난해 1월에는 양국의 국방협력을 강화하는 조약을 체결했다. 다만 군사 공격 시 서로를 방어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 “우리 전쟁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5일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크렘린궁에서 다양한 직업 분야를 대표하는 여성 대표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5일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크렘린궁에서 다양한 직업 분야를 대표하는 여성 대표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로이터는 이란이 러시아와 중국 양측에 전략적으로 유용하지만 목숨을 걸고 싸울 만큼 중요한 국가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활을 건 러시아 입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긴장 고조를 피하고 중동에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더 중요하다. 또한 러시아는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이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에너지와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사정도 비슷하다. 중국은 이란 원유 최대 수입국으로 이란에 무기 부품을 공급해 왔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도 산유국인 걸프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데다, 이란의 안보보다 대만 문제 등 아시아 안보가 더 우선순위에 있다. 더구나 올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소재 싱크탱크인 ‘에담’의 소장 시난 울겐은 “이번 충돌은 서방 반대세력이 이란에 뼈아픈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민병대에 의존한 이란 외교정책의 결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NYT는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심을 공유하는 민병대와의 관계에 주력해왔다”며 “그러나 강력했던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전쟁으로 세력이 약화됐고, 이라크 무장 단체 역시 역내 미군을 공격할 순 있지만 이것이 전쟁 판도를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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