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트’로 돌아온 류승완 감독
박스오피스 2위 안착 “장항준 감독 잘 돼서 좋아”
“아쉬움도 미련도 없어” ‘휴민트’ 향한 애정
류승완 감독에게는 늘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경쟁작과의 단순한 스코어 싸움이 아니다. 천만 영화, 흥행 감독이라는 수식어의 무게를 견디며 이름값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이다. 그는 매번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가장 어려운 숙제를 떠안고 있다. 영화 ‘휴민트’는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류승완 감독이 가장 잘하는 액션, 더 나아가 얽히고설킨 인간의 감정을 따라가는 서사가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휴민트’는 지난 11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고, 누적 관객 수 169만 명을 기록했다. 설 연휴 특수를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그러나 류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개봉 후 본지와 만난 그는 “하고 싶은 건 다 해봤다. 후련하고 미련도 없다”며 “무대인사를 다니며 극장에 다시 활기가 도는 걸 느꼈다.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무엇보다 장항준 감독의 작품이 잘돼 기쁘다”고 말했다.
영화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인물들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베를린’ ‘모가디슈’에 이은 해외 로케이션 3부작의 완성편이다. 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과감한 형식을 택했다. 시작과 결말을 수미상관 구조로 엮었고, 기존 류승완표 액션의 타격감을 덜어내는 대신 인물의 감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익숙한 기교와 낯선 전개를 교차시키는 전략이었다.
소재 선택 역시 쉽지 않았다. 영화는 인신매매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자칫 자극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소재이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류 감독은 “취재 과정에서 접한 실제 사례가 너무 잔혹해 분노를 느꼈다”며 “이야기를 선택한 순간 편하고 불편함을 따질 여유는 없었다”고 밝혔다.
“‘휴민트’ 연출 인생에 분기점으로 남을 작품… 다음이 기대된다”

영화 ‘휴민트’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작품에 얽힌 비하인드를 전했다. NEW 제공
멜로적 정서가 강하다는 점도 의외다. 대중이 익히 아는 류승완 감독과 멜로 장르는 다소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류승완 감독은 연출 경력 20년 동안 단 한 번도 키스신을 촬영해 본 적이 없단다. 하지만 류승완의 멜로는 흔한 스킨십 장면이 없어도 진한 농도를 자랑한다. 극중 박정민과 신세경이 그린 애틋한 러브라인이 그렇다.
“저도 조마조마했습니다. 조인성 배우에게 현장으로 와서 도와달라고 할 정도였어요.(웃음)멜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에 가까웠어요. 감정을 과하게 설계하지 않으려 했죠. 오히려 그 점이 자연스럽게 다가간 것 같아요.”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까지. ‘휴민트’를 이끈 네 주역의 호연은 관객을 극장으로 이끈 가장 큰 요소다. ‘모가디슈’ ‘밀수’를 통해 호흡을 맞춘 조인성, 대세 배우 박정민, 다수의 작품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은 박해준, 신세경은 류승완 감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조인성 배우는 이름을 참 잘 지었어요. 인성이 정말 좋거든요.(웃음) 조인성 배우와 연이어 작업하면서 품위 있게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박정민 배우에게는 고마움이 커요. 성격상 전면에 나서는 걸 어색해하는데, 현장에서 동료 배우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박해준은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예요. 그런데 실제로는 전혀 폼을 잡지 않아요. 신세경 배우가 연기한 채선화는 휴민트를 발생시키는 원인이자 결과와도 같은 인물이에요. 작품 속에서 단순히 소비되는 여성 캐릭터로 기능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 지점을 신세경 배우가 잘 표현해줬어요.”
네 명의 배우뿐만 아니라 총 131명의 배우들이 ‘휴민트’에 함께했다. 류승완 감독은 배역의 크기와 상관없이 작품에 함께한 모든 배우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심을 전했다. 연출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류승완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작은 배역의 등장인물을 이름이 아닌 숫자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반드시 이름을 부여하려고 한다”며 “일일이 이름을 부여하면 스태프 입장에서는 힘들 수 있지만, 결국 사람들이 만드는 작품이지 않나. 그러니 작품 안에서도 한 사람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차기작은 ‘베테랑3’다. 류 감독은 “이제야 ‘베테랑3’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며 “2편이 1편의 성공에 대한 부채감을 정리하는 것이었다면, 3편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서도철을 귀환시키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의 손을 떠나 관객들에게 갔다. 한 작품을 위해 쏟아부은 시간과 에너지는 값진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개봉과 동시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남은 숙제가 더 이상 없는 기분”이라며 “내 연출 인생에 분기점이 될 작품이다. 진짜 내 취향, 하고 싶었던 것들을 ‘휴민트’를 통해 구현했다. 그래서 다음 영화는 진짜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했다.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