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한때 인기 히트가요가 외국 노래를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큰 사회적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가수 전인권이 불러 큰 사랑을 받았던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노래가 1970년대 독일 쾰른에서 활동하던 밴드 블랙 푀스(Bläck Fööss)의 ‘Drink doch eine met’과 선율이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였다.
당시 인터넷에는 블랙 푀스의 공연 영상과 함께 두 노래의 멜로디가 유사하다는 분석이 올라왔고, 특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라는 후렴구의 멜로디 라인이 상당히 비슷하게 들린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표절 의혹은 점점 커졌다.
이에 대해 전인권은 2017년 4월 26일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표절이 아니라 자산”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실 그는 ‘걱정말아요 그대’ 외에도 ‘사랑한 후에’라는 히트곡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들국화의 대표곡으로 기억하지만, 이 노래는 원곡이 따로 있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알 스튜어트(Al Stewart)의 ‘The Palace of Versailles’를 한국어 가사로 리메이크한 곡이다. 전인권 특유의 거친 창법과 한이 담긴 가사, 멜로디가 어우러지면서 ‘그것만이 내 세상’과 함께 들국화를 대표하는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이 노래는 논란이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리메이크 곡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리메이크’와 ‘표절’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말의 선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일종의 언어적 경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시대를 살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 AI 시대다.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그림, 사진, 음악, 영상, 글까지 인간이 만든 것과 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결과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어떤 것은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보이고, 어떤 것은 누가 봐도 가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세상에 ‘AI가 만든 것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세상은 1인 방송국, 1인 미디어 시대가 되었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문제는 그만큼 가짜 정보도 빠르게 퍼진다는 점이다.
멀쩡히 살아 있는 유명인을 사망했다고 꾸며 만든 가짜 영상이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올라오기도 하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광고 수익을 노리는 일도 흔하다.
최근에는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폭격 장면이나 전쟁 영상이 마치 실제 상황인 것처럼 만들어져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혼란스럽다. 어지럽다.
가짜가 판치는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진짜라고 믿어야 할까.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살아가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문득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이곳 LA 한인사회에도 혹시 진짜 행세를 하는 가짜들이 적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전문가가 아닌데도 마치 대단한 전문가인 것처럼 각종 미디어에 등장해 자신을 홍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최근 떠도는 비트코인 투자 사기, 폰지 사기, 부동산 투자 사기 같은 이야기들도 그렇다.
신문과 라디오에 등장하는 한인 관련 뉴스들까지도 때로는 ‘이것이 과연 진짜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진실은 찾기 어려운 시대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우리는 더욱 신중하게 듣고, 보고, 판단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진짜를 가려내는 지혜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