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 미사일 아직도 생생…호텔선 한숨도 못자”

6일 두바이에서 영종도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유세이(왼쪽·18) 양과 가족들이 두바이에 첫 미사일이 날아오던 순간의 공포감을 전하고 있다. 영종도=황동건 기자

출발 지연 끝 12시간 걸려 韓 도착
가족과 함께 버스타고 오만 향하다
공항 열렸단 소식에 차돌려 겨우 탑승
두바이發 인천 직항 이날 운항 재개
정부, 주말 전세기·군 수송기 검토

“가족과 묵던 호텔이 공격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나흘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심장이 너무 뛰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달 5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탈출해 6일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 서재용 씨는 서울경제신문에 “두바이 마리나베이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미사일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나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지난달 28일 귀국할 예정이었던 서 씨의 여행 일정은 당일 대한항공으로부터 영공 폐쇄에 따른 결항 통보를 받으면서 완전히 엉켜버렸다. 어렵게 구한 버스로 육로를 통해 오만으로 향하기로 했지만 두바이공항에서 타이베이행 노선이 개설됐다는 소식에 사막의 한 휴게소에서 다시 두바이로 차를 돌렸다고 했다. 자녀 둘을 포함한 이들 일가족 네 명은 새벽 3시 40분 항공편에 올라서야 간신히 사선을 넘었다.

중동을 탈출한 여행객들은 현지에서 마주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두고 한목소리로 공포감을 토로했다. 가족 여행 차 두바이로 갔다 이달 1일 귀국할 예정이었던 고등학생 유세이(18) 양도 이날 인천국제공항 출국 게이트로 나오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유 양은 “부모님·여동생과 요트 투어를 하던 중 두바이에 처음 떨어졌던 미사일을 직접 두 눈으로 봤다”며 “포탄과 미사일이 터지는 모습을 처음 보다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두바이에 거주하는 딸을 보러 갔다 홀로 귀국한 김 모(75) 씨는 “딸과 손자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혼자 한국에 돌아오니 마음이 좋지 않다”며 “폭격 소음이나 피하라는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창문 앞에서 떨어져 우르르 화장실 쪽으로 도망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선원들도 상당수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봉쇄된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발이 묶여 고초를 겪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호르무즈해협 내측에 머무르는 한국 선박은 26척으로 파악됐다. 인근 선박들은 대부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선주 측 지시에 따라 움직임을 멈춘 상태다. 오만해협에서 엔진을 끄는 ‘드레징’ 상태로 조류에 밀려 배회하거나 묘박지에서 닻을 내리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식량의 경우 대체로 1개월 치 이상의 비축분을 구비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운 업계에서는 인근 사우디아라비아·두바이·이라크·오만 등지로부터 오는 식량을 추가 공급할 모선이 직접 공격받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글로벌 선사 관계자는 “밤마다 순항미사일 소리가 들리고 불꽃이 관측된다고 한다”며 “선주나 회사 측에서 강행 돌파를 결정할 경우 선원들의 불안이 극도로 고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두바이와 인천을 잇는 직항편 운항은 이날 중동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재개됐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말 UAE 등에 전세기와 군 수송기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현지에 여전히 발이 묶여 있거나 어렵게 탈출에 성공한 이들은 정부 대처가 적극적이지 못하다며 불만을 쏟기도 했다. 중동에 체류 중인 여행객들은 “현지 교민들의 채팅방에 의지해 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는 혼란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 씨는 “숙소나 항공권 확보가 급선무인 상황에서 정부의 도움은 전혀 없었다”며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만 한동안 직항편이 없어 다들 곤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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