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한국] ‘가구 공룡’ 이케아, 한국 시장서 잔치는 끝?… 하락세 이유 4개

3일 오후 2시 경기 광명시 이케아 광명점의 매장 내부 전경. 2014년 12월 개점 초기 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 이소라 기자

매장 직접 가 보니… 평일 감안해도 너무 ‘한적’
韓 진출 첫해 ‘업계 3위’, 2021년엔 실적 ‘정점’
이후 성장 멈추고 내리막… 경고음 속 위기 ↑
①온라인 중심 소비 트렌드  ②가성비도 ‘옛말’
DIY ‘부담’ ④접근성 낮고 주 타깃 설정 실패
“옴니채널 구축·소비자와의 소통 방식 바꿔야”

3일 오후 2시 경기 광명시 이케아 광명점 2층. 한 살배기 아들,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은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쇼룸에서 제품 사진을 찍는 데에만 바빴다. 이씨는 아기방을 꾸며 주기 위해 인테리어 참고차 이케아를 방문했다고 했다. “(이케아 가구와) 비슷한 디자인에 더 저렴한 제품이 있는지, 온라인으로 먼저 찾아볼 생각입니다. (오늘) 당장 구매하진 않을 거예요.” 매장 전체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한 한마디였다.

실제로 이날 이케아 광명점에선 과거와 달리 활기를 찾기 힘들었다. 2층 레스토랑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직장인이나 모임 중인 ‘육아맘’들을 제외하면, 가구가 진열돼 있는 쇼룸은 평일(화요일)임을 감안하더라도 한적했다. 대부분의 방문객은 쇼핑 카트에 3만 원 미만의 ‘미끼 상품’만 담거나, 스마트폰으로 진열 가구를 촬영하며 지나가기만 했다. 이케아의 주 상품인 ‘가구’를 구매하려는 의사는 없어 보였다. 매장 앞에 기나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방문 열기가 뜨거웠던 2014년 12월 개점 초창기 때의 인산인해까진 아니더라도, ‘글로벌 가구 공룡’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였다.

한국 진출 첫해, 이케아는 국내 가구 업계를 잔뜩 긴장시켰다. 광명점은 개점 첫 1년간(2015년), 단 한 곳의 매장인데도 회계연도 기준(직전 연도 9월~당해 연도 8월) 3,080억 원 매출을 달성하며 단숨에 업계 3위를 차지했다. 이케아는 이후 2년에 하나꼴로 신규 매장을 오픈하며 덩치를 키워 왔다.

그러나 2022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꺾이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년간의 실적 부진에 위기감은 고조됐고, 급기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한국 시장 철수설’마저 솔솔 흘러나왔다. 물론 근거 없는 소문이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케아 안팎에서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59개국에 483개 매장(지난해 5월 15일 기준)을 둔 세계 최대 가구 업체는 어쩌다 한국에선 10년도 안 돼 성장을 멈추고 내리막길을 걷게 됐을까.

경기 광명시 이케아 광명점의 외부 전경. 이케아코리아 제공

경기 광명시 이케아 광명점의 외부 전경. 이케아코리아 제공

영업이익 감소 심각… 2023년엔 -88%

이케아가 각광을 받았던 건 다름 아닌 ‘투명한 가격’ 덕분이었다. 기존엔 가구를 사려면 주로 가구단지나 백화점을 가야 했는데, 같은 제품이라도 가격은 각 매장마다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소비자가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러나 이케아는 ‘직접 조립'(DIY) 방식으로 가격을 크게 낮추고 정찰제로 운영하며 흥정의 피로를 덜어 줬다. 여기에다 쇼룸을 통해 북유럽 감성의 인테리어를 선보이는 매력을 발산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분위기 있는 방’을 꾸밀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 준 것이다. 구매 압박 없이 편하게 제품을 체험하고 대형 가구부터 소가구, 생활용품까지 쇼룸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도 크나큰 강점이었다.

그 결과 이케아의 매출액은 매년 꾸준히 불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홈퍼니싱(가구, 소품 등을 활용해 집안을 꾸미는 일) 수요가 늘었던 2021년엔 6,872억 원 매출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듬해부터 2년 연속 하락했고, 신규 지점이 오픈한 지난해에도 6,300억 원대에 머무는 등 사실상 정체 상태다.

영업이익은 특히 더 심각하다. 2021년 294억 원에 이르렀으나, 2022년 219억 원으로 줄어들었고 2023년엔 26억 원으로 급감했다. 감소율은 각각 25.5%, 88.1%에 달했다. 2024년 186억 원을 거두며 대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작년엔 다시 109억 원(-41.3%)으로 수직 낙하했다. ‘최악’까진 아니더라도 결코 웃을 수는 없는 성적표였다.

최근 5년간 이케아코리아 실적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최근 5년간 이케아코리아 실적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셀프 조립’, 가격 낮췄지만… 한국선 단점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①소비 트렌드가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한 게 이케아로선 악재였다. 설치·배송·사후관리(AS)를 결합한 온라인 패키지 서비스가 등장함에 따라, 오프라인 대형 매장 위주인 이케아의 판매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구매를 하려면 주말에 교외 지역 매장을 찾아야 하는 데다, 운반·조립·설치도 직접 해야 하므로 소비자 입장에선 효율이 떨어진다고 느끼기 마련이었다,

설상가상 ②이케아의 장점이었던 ‘합리적 가격’마저 옛말이 됐다. 오늘의집이나 쿠팡 등 온라인몰은 더 저렴한 가격, 출장 기사의 조립 서비스 등을 무기로 내세웠다. 가성비 측면에서도 메리트가 사라진 셈이다. 더군다나 온라인에서는 이케아 가구를 거의 베끼다시피 한 ‘짝퉁 이케아’ 제품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구매자 관점으로 보면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편리하고 빠르게 ‘이케아풍 인테리어’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가구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는 온라인 가성비 제품에 비해 아주 저렴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프리미엄도 아니다. 애매한 포지셔닝을 갖게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시장은 최저가나 최고가 소비로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타깃층에 따라 포지셔닝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성장하는 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③’불편을 판다’는 이케아 특유의 셀프서비스 방식도 단점으로 작용했다. 빠른 배송, 간편함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에게 ‘직접 가구 조립’은 상당한 부담 요소였다. 물론 이케아도 조립과 설치를 기사가 대신 해 주는 서비스를 옵션으로 제공하지만, 각각 추가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가격 이점도 그만큼 사라진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접 조립을 통해 몰입과 재미를 주면서 가격은 낮추는 것이 이케아의 강점”이라고 전제한 뒤, “그런데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면 다들 바쁘고 지쳐 있다. 그런 전략이 고속성장할 수 있는 풍토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④’타깃 설정’ 역시 한국 상황엔 어울리지 않았다. 이케아는 1인 가구가 많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주요 공략층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서울 외곽 위주로 매장을 운영하는 탓에, 자가 차량이 없는 젊은 층에겐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쇼룸의 경우 품목별로 전시해 둔 제품 전부를 둘러본 후에야 나올 수 있도록 공간이 구성돼 있어, ‘장시간 쇼핑 피로감’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12월 경기 광명시 이케아 광명점 개점 첫날, 소비자들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2014년 12월 경기 광명시 이케아 광명점 개점 첫날, 소비자들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도심 속으로… 전면적 전략 수정 통할까

결국 이케아는 2020년부터 준비했던 경기 평택시 포승지구 물류센터 개발 계획을 포기하고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특히 ‘원격 상담’ 서비스 등으로 온라인 구매 편의성을 높이면서 디지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원격 상담은 실시간 화상을 공유하며 소비자 공간에 맞는 제품의 조합·배치 등 맞춤형 도면을 만들어 주고, 주문서 작성 단계까지 도움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2년 전부터는 인공지능(AI) 로봇을 활용한 제품 포장 등 ‘자동화 물류창고’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배송 시간도 단축하고 있다.

오프라인 사업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광명점이나 고양점(경기 고양시 덕양구) 등 교외 지역 대형 매장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도심에도 신규 지점을 오픈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문을 연 ‘이케아 강동점'(서울 강동구 고덕동)이 그렇다. 서울 최초의 매장이고, 이케아가 ‘블루박스’로 불리는 단독 대형 매장 형태가 아니라 복합 쇼핑몰 안에 입점한 것 또한 처음이었다. 아울러 롯데백화점 광주점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에선 팝업스토어 형태 매장도 운영 중이다. 차량 없이도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MZ세대 고객 유입’을 늘리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지난해 4월 11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이케아 강동점의 내부 매장. 미디어데이를 통해 공개된 모습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11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이케아 강동점의 내부 매장. 미디어데이를 통해 공개된 모습이다. 연합뉴스

한국서 이케아 쇠락? 성장 가능?

최종 목표는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채널’ 환경의 구축이라고 한다. 온라인 구매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하는 방식, 즉 두 개의 쇼핑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케아 관계자는 “이케아 특유의 북유럽 감성과 직접 조립이라는 브랜드 철학은 유지하면서도, 한국 소비자의 쇼핑 형태에 맞춰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방식을 고민 중”이라며 “‘옴니채널 홈퍼니싱 리테일러’로서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케아의 쇠락’을 거론하는 건 아직 이르다는 진단이 나온다. 서용구 교수는 “한국 소비자가 자기 개성을 찾아 가면서 인테리어 변화를 꾀하려는 수요는 계속 존재하고, 1인 가구도 늘고 있는 등 이케아가 성장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은 여전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옴니채널’을 얼마나 잘 구축해 MZ세대를 잡느냐가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것으로 충분할지는 미지수다. 단순히 ‘온라인 판매 강화’를 외치는 게 아니라, ‘소비자와의 소통 방식’ 자체를 뒤바꿔야 한다는 게 가구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시장 환경에선) MZ세대가 모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의 제공, 인플루언서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며 “MZ세대가 온라인에서 ‘이케아 제품’을 갖고 놀 수 있도록 해야 구매욕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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