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인데 내 맘대로 못 해… HOA 바이어 37% ‘후회’

HOA가 수영장, 클럽하우스, 테니스 장과 같은 공용 편의시설을 관리해 주택 가치를 보호해주는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 [준 최 객원기자]

관리비가 너무 비싸

획일적인 규정 불편

주택 가치 보호 장점도

내 집 사려는 이유 중 하나는 내 집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수 있고, 필요한 수리도 잠시 미룰 수 있다. 하지만 ‘주택소유자협회’(HOA·Homeowners Association) 단지 내 주택을 구입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HOA가 단지 내 조경 기준부터 외벽 페인트 색상까지 각종 규정을 정하고, 관리비 또는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 때문에 HOA 단지 내 주택 소유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주택 건설 및 디자인 업체 플래티넘 홈 빌더스 & 디자인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택 소유자의 37%가 HOA 단지 주택을 구매한 것을 후회한다고 답했는데, 이중 64%는 HOA로 인해 받는 일상생활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 관리비 너무 비싸

이번 설문 조사에서 HOA단지에 대한 주요 불만 사항은 높은 관리비, 각종 규정, 운영 및 집행 방식 등 세 가지로 꼽혔다. 가장 많은 불만 요인은 관리비로 나타났다. 전국 HOA 월 관리비 중간 금액은 지난해 135달러로, 2019년의 108달러에서 상승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의 경우 월 500달러는 넘는 경우가 흔하고, 고급 단지의 경우 1,000달러에 달하기도 한다. 단지 보수 공사 등의 이유로 부과되는 ‘특별부과금’(Special Assessment)까지 더해지면 관리비 부담은 수천 달러에 이를 수 있다.

특별 부과금은 일반 관리비로 지붕 교체나 주차장 보수 같은 대규모 비용 지출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흔히 부과된다. 주택 소유자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딱히 없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택 구입 후 불과 몇 달 만에 특별부과금이 부과돼 예상치도 못한 비용이 내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 획일적인 규정 불편해

HOA 단지 주택 매매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기존 주택 매물의 약 44%가 HOA가 관리하는 단지 내 주택으로 2019년보다 약 34%에서 상승했다.

HOA 주택에 대한 매매가 늘면서 관련 규제와 제한에 대한 불만도 증가하고 있다. HOA는 현관문 색상, RV 차량 주차, 조경 디자인 등 다양한 사안까지 규정할 수 있다. HOA의 운영 및 규정 집행 방식을 놓고, 소유자와 HOA간 또는 소유자간 갈등을 빚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어떤 주민은 단순한 잡초 때문에 위반 통보를 받는 반면, 이웃집 정원은 정글을 방불케 할 정도로 관리가 엉망인 경우가 있다. 정원 관리가 엉망인 이웃의 위반 통보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쉽지 않아 HOA에대한 불만이 발생하기 쉽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인들은 “많은 HOA가 외부 관리 회사에 위탁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들 업체가 단지 내 커뮤니티의 특수성보다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아 주택 소유자들 사이에서 이런 불만이 흔히 발생한다”라며 “거리마다 깔끔하게 관리된 주택이 늘어선 모습은 단지 내 주민이 같은 취향을 공유해서가 아니라, 주민의 선택의 여지없이 HOA의 획일적인 규정으로 관리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한다.

■ 주택 가치 보호는 장점

HOA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HOA가 관리하는 주택은 건물 외관 유지와 단지 관리가 우수한 편이다. 콘도미니엄 단지의 경우 외부 보수, 조경 관리, 지붕·배관·엘리베이터 등 공동 인프라 유지 업무를 HOA가 담당하기 때문에 개별 소유주가 책임져야 할 부담을 덜 수 있다.

HOA는 수영장, 클럽하우스, 테니스 장과 같은 공용 편의시설도 관리한다. 주택 가치가 이들 편의시설과 관리 수준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거주 환경뿐 아니라 투자 자산 보호 측면에서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이웃이 도로에 항상 RV를 주차해 주차 부족 문제를 일으킬 때 HOA를 통한 분쟁 해결이 가능하다. 또, 공동 수영장이나 게이트 출입구가 있는 단지의 경우, HOA는 이런 시설이 방치돼 주택 재판매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 HOA 주택 구입 시 확인 사항

HOA 단지 주택 구입자들은 구입 전 충분한 사전 조사를 하지 않은 점을 공통된 후회로 꼽았다. HOA 관련 정보는 에스크로 기간 중 대부분은 제공되고, 추가 정보 필요시 요청만 하면 확인할 수 있다. HOA 관련 정보 중 가장 먼저 살펴볼 사항은 재정 상태다.

주택 소유자가 내는 월 관리비는 물론, HOA ‘준비금’(Reserve Fund) 항목을 반드시 눈 여겨 봐야 한다. 이 항목을 통해 향후 예상되는 지붕 교체나 도로 재포장 등 만약의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이 준비금이 부족할 경우, 주택 구입 후 특별부과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최근 6개월간의 HOA 이사회 회의록도 검토해야 한다. 회의록에 현재 소송 중인 사안이나 관리비 인상 계획 등 단지 내 주택 소유자에게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다. 만약 주택 구입 시점에 해결되지 않은 현안이 있다면, 주택 구입자가 해당 현안에 대한 책임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각종 규정’(CC&Rs·Covenants, Conditions, and Restrictions)은 가장 주의해서 확인해야 하는 서류다. 이 서류에는 주택 소유자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업무용 트럭을 집에 주차하거나 특정 배터리 백업 시스템을 설치하는 문제 등 필요한 조건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다면, 다른 주택 조건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적합한 집이 아니다.

주택 구입 전 이웃 주민과의 대화도 도움이 된다. 주민들 퇴근 후 산책할만한 오후 시간대에 단지를 걸어보며 HOA 이사회가 합리적으로 운영되는지, 과도하게 벌금을 부과하지는 않는지 물어보며 운영 방식을 파악해볼 수 있다. 테넌트 대비 소유주 비율도 중요하다. 테넌트 비율이 높을수록 단지 규정 집행이 까다로운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미주 한국일보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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