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닫은 세 청춘, 서로의 빛이 되다 – 영화’파반느’ [이준학의 스크린 리포트]

영화 '파반느'. 넷플릭스 제공

영화 〈만약에 우리〉를 잇는 또 하나의 깊은 로맨스

이번 씨네마 가이드 이준학의 스크린 리포트에서는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로맨스 영화 <파반느>를 소개하려 한다. 지난 1월 개봉작으로 소개했던 <만약에 우리>에 이어 또 한 편의 인상적인 로맨스 영화다. 이 작품은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세 명의 젊은이가 서로에게 빛이 되어 주며 삶과 사랑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세 인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각자의 이유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이들은 어느 순간 서로의 삶 속으로 스며들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가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이 쌓이며 인물들의 감정이 천천히 움직인다. 그래서 이 영화의 로맨스는 요란하지 않지만 깊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거리에서 시작된 관계는 어느새 서로의 삶을 비추는 빛이 된다. 영화는 사랑을 선언하기보다, 사랑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영화의 중심에는 세 명의 인물이 있다. 먼저 김미정은 고아성이 연기한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직원인 미정은 음울한 인상 때문에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피해 다니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조용히 살아간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안에 숨겨진 감정과 상처, 그리고 조심스럽게 피어나는 희망이 드러난다. 특히 고아성은 이번 영화에서 대체불가의 독보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인물의 외로움과 불안을 과장하지 않고, 작은 표정과 시선만으로 전달하는 연기는 이 영화의 정서를 완성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고아성은 이종필 감독과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는데, 두 작품 모두에서 보여준 안정된 연기력은 배우와 감독 사이의 신뢰를 느끼게 한다.

두 번째 인물은 박요한이다. 이 인물은 변요한이 맡았다. 백화점 주차장에서 일하는 요한은 록 음악과 고전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세상과 크게 부딪히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세계를 지키며 살아가는 인물로, 미정과 경록 사이에서 독특한 균형을 만들어낸다.

겉으로는 가볍고 유쾌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깊은 감정이 담겨 있다. 변요한은 이 캐릭터를 통해 자유롭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청춘의 얼굴을 보여준다.

세 번째 인물은 이경록, 그리고 이 역할은 문상민이 연기한다. 경록은 꿈을 접은 채 백화점에서 주차요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청년이다. 특별한 기대 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살아가던 그는 그곳에서 만난 미정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감정은 쉽게 표현되지 않는다. 어쩌면 사랑이라기보다,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문상민은 이 인물을 통해 조용하지만 진심 어린 청춘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원작 소설과 영화 사이의 차이도 흥미롭다. 원작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이름이 그대로 등장하는 인물은 변요한이 맡은 ‘요한’뿐이다. 영화 속 경록과 미정이라는 이름은 영화화를 하며 새롭게 만들어진 설정이다. 실제로 소설에서는 요한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등장인물의 이름이 명확히 등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는 영화가 원작의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파반느>는 감정을 크게 흔드는 극적인 사건 없이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다.

조용한 장면들 속에서 인물들이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지고, 그 감정은 관객에게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년이 넘은 관객에게도 충분히 공감되는 로맨스를 만들어낸다.

〈만약에 우리〉에 이은 훌륭한 로맨스 영화, 〈파반느〉.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가는 참 좋은 영화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가 끝나도 되는 시점에서 끝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라라랜드〉처럼 마무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반드시 결혼해야만 해피엔딩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꼭 극적인 사건이 있어야만 애틋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극적이지 않아도, 애틋하지 않아도, 결론을 모두 보여줄 필요는 없다. 관객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주인공들의 결과를 오픈 엔딩으로 남겨두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가 참 좋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아쉬움도 함께 남는다.

 

씨네마 가이드 이준학

CED (California Event & Design) 대표 (909)714-2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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