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높이는 비용 급등… 의료·신차구입·주택구매·휴가

미국인 상당수가 의료비와 신차 구입, 주택 구매 비용, 휴가와 같은 ‘삶의 질’을 높이는 지출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

고소득자도 의료비 큰 부담
세입자 상당수 ‘집 못 살 것’

중산층, 식료품 감당 어렵다
‘생활비’ 중간선거 핵심 사안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국인은 현재의 주거비와 식료품비, 공공요금, 휘발유 가격 등 기본적인 생활 필수품 비용은 감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상당수 응답자들은 의료비와 신차 구입, 주택 구매 비용, 일주일간의 휴가와 같은‘삶의 질’을 높이는 지출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연봉 6자리 수 고소득자조차 가까운 미래에 내 집 마련이 힘들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12일부터 17일까지 미국인 2,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 ‘삶의 질’ 높이는 비용 버겁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치솟았던 물가 상승률은 상당 폭 둔화됐지만, 여전히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들어 개솔린 가격은 하락했지만, 주거비와 의료비, 식료품 가격, 신차 가격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많은 미국인이 ‘양호한’ 생활 수준에 필요하다고 여기는 일부 지출 항목은 고소득층에게도 버겁다는 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1%는 개솔린 가격을 감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74%는 신차 구입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는데, 소득 수준 전반에서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이 같이 응답했다.

최근 수개월 사이 신차와 트럭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현재 신차 또는 신형 트럭의 평균 판매 가격은 5만 달러를 웃돌고 있다. 고용주가 제공하는 건강보험의 연간 가족 보험료는 지난해 6% 상승해 물가상승률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인상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생활비 부담’ 문제는 오는 중간선거의 핵심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정연설에서 일부 처방약에 대해 쿠폰을 제공하는 연방 정부 웹사이트 개설안 등 유권자들의 생활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들을 홍보했다.

민주당은 주거비와 식료품 가격, 의료비 상승 문제를 놓고 트럼프 행정부를 공격하며, 중간선거에서 생활비 부담을 핵심 이슈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 고소득자도 의료비 부담에 허리 휘청

에릭 돈(54)씨의 연소득은 15만 달러가 넘지만 최근 식료품과 휘발유 가격이 다소 낮아진 것은 그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그는 전반적인 재정 상황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데, 특히 의료비 부담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메릴랜드주의 한 사설 컨트리클럽에서 시설관리 매니저로 일하는 돈 씨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의료비를 보면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CT 촬영을 했는데, 이미 보험료로 상당한 돈을 내고 있음에도 본인 부담금으로 230달러를 냈다”라며 “그런데 이후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청구서를 받았고, 추가로 600달러를 더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아 황당했다”라고 전했다.

돈 씨는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가 급등해 예년처럼 카리브해로 휴가를 떠나는 것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고소득 세입자 대부분 조만간 ‘집 못 살 것’

주택 세입자들의 내 집 마련 전망은 더욱 암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의 약 4명 중 3명은 주택 소유를 원한다고 답했지만, 65%는 가까운 장래에 자신이 원하는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으로 응답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세입자들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들은 미국 중위 가구소득(8만4,000달러)를 웃도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57%가 원하는 주택을 구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은 학력과 가구소득 수준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주택 소유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남가주에서 인사담당 이사로 근무하는 록시 벤투라(44) 씨는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을 번다.

지난 5년간 단독 주택 구입을 위해 집을 찾고 있지만, 대부분의 매물은 예산을 초과했다. 침실 두 개짜리 일부 매물은 70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

벤투라 씨가 주택 구입을 망설이는 배경에는 현재 대부분의 생활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점도 있다. 그녀는 원룸 아파트 렌트비로 3,000달러를 내고 있으며, 매달 300달러의 의료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그녀가 사는 지역의 개솔린 가격도 갤런당 약 4달러60센트에 달하는 수준이다. 벤투라 씨는 “월급이 올랐지만 의료비, 개솔린, 식료품 가격, 렌트비가 모두 올라 나아진 것은 전혀 없다”라고 토로했다.

■ 식료품 등 필수 생활비도 영향

이번 조사에서 세입자 절반 이상은 현재 내는 렌트비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약 절반은 ‘많거나 어느 정도의’ 부채를 지고 있다고도 응답했다.

특히, 연소득 10만 달러 미만 가구는 식료품과 공공요금이 부담스럽다고 답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중 연소득 5만 달러 미만 응답자의 약 10명 중 6명이 이 같은 항목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루이지애나주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타라 커닝햄(54) 씨의 연소득 약 8만 달러다. 그녀는 생활비가 크게 올라 할인 식료품점에서도 육류 구매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최근 열린 지역 축제인 마르디그라 기간 중 호텔에서 하룻밤 묵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크레딧카드에 의존해야 했다.

커닝햄 씨는 “물가 인상에 끝이 보이지 않고, 중산층의 삶이 짓눌리고 있다”라며 “정부에는 돈이 넘쳐, 수십억 달러가 여러 프로젝트 쓰이고, 불필요한 시설 같은 곳에도 들어가지만, 정작 우리는 기본적인 삶을 누리는 것이 버거워지고 있다”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미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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