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연금까지 손댄다… 401(k) 조기 인출 ‘사상 최대’

가계 압박에 401(k)를 조기 인출하는 가입자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 자산운용사 뱅가드 보고서
▶ 생활비·의료비 등 재정압박

▶ “작년 가입자 6% 긴급 인출”
▶ 팬데믹 전 평균 2% 웃돌아

한인 직장인 박민수(42)씨는 최근 부친의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발생한 의료비 부담 때문에 401(k) 연금 일부를 긴급 인출했다. 평소 은퇴자금을 401(k) 밖에 마련해두지 않아 쉽게 손댈 수는 없었지만, 예상치 못한 병원비와 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약값을 감당하려면 방법이 없었다.

박씨는 “먼저 회사 플랜 관리자에게 인출 사유를 증빙하고, IRS 규정과 플랜 조건에 맞는지 확인해야 했다”며 “승인을 받고 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조기 인출 패널티는 IRS 기준에 따라 면제될 수 있었고, 소득세는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이 생활비와 의료비 등 재정적 압박으로 은퇴를 위해 모아둔 401(k) 연금까지 인출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401(k) 가입자의 약 6%가 ‘긴급 인출(hardship withdrawal)’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4.8%에서 증가한 수치이며, 팬데믹 이전 연평균 약 2% 수준과 비교하면 세 배가량 높은 수치다.

보고서는 이러한 인출 증가가 근로자들의 재정적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뱅가드에 따르면 일부 근로자들은 예상치 못한 생활비, 의료비, 주거비를 감당하기 위해 은퇴자금을 안전망처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출 금액의 중간값은 약 1,900달러였으며, 최근 401(k) 긴급 인출 신청 절차가 간편해진 점도 인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뱅가드는 덧붙였다.

다만 보고서는 2025년 주식시장 상승 등의 영향으로 401(k) 평균 계좌 잔액이 약 13% 증가했다고 전했다. 또한 전체 참여자의 45%는 개인 선택이나 자동 인상 프로그램을 통해 납입 비율을 늘리는 등 장기적인 은퇴 준비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긴급 인출은 일반적으로 59.5세 이전에 이루어지면 조기 인출 패널티 10%와 소득세가 부과되지만, 일부 예외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2018년 연방 법 개정으로 401(k) 긴급 인출 제약이 완화되면서, 인출 전에 반드시 대출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폐지됐다. 또한 자동 납입 프로그램 확산 등으로 일부 근로자의 인출 접근성이 높아진 점도 보고서에서 지적됐다.

이에 대해 재정보험 전문가 유니스 한씨는 401(k) 인출과 관련해 규정과 절차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니스 한씨는 “401(k)는 은퇴를 위한 세금 혜택 저축 제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자유 인출은 어렵고, IRS 규정과 플랜 조건을 따라야 한다”며 “직원이 긴급한 재정 상황을 입증하면 긴급인출을 통해 자금을 꺼낼 수 있으며, 가족 의료비, 학자금, 주택 압류·퇴거 방지 등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소득세와 플랜 규정에 따른 추가 패널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 401(k) 대출(Loan)을 활용할 수 있다. 유니스 한씨는 “자신의 은퇴 저축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일정 기간 내 상환해야 하지만 대출이므로 인출과 달리 즉시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며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일부 근로자들이 이 제도를 활용해 일시적인 재정 부담을 해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 씨는 “401(k) 인출은 장기적인 은퇴 자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긴급 인출과 대출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재정 상황에 맞게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피델리티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미국 401(k) 참여자 평균 잔액은 약 146,400달러로 1년 전보다 11% 상승했다. 그러나 일부 고액 계좌가 평균치를 끌어올리면서, 실제 중간값은 44,115달러에 그쳤다. 이 같은 성과 덕분에 401(k) 백만장자 수도 66만5,000명으로 기록적 수준을 나타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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