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완화 안간힘…이란은 ‘맞불 공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한 뒤 오만 무스카트에 정박해 있는 탱커선. 로이터연합뉴스

미군, 이란 에너지 요충지 ‘하르그 섬’ 공격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호위에도 준비 박차
이란은 “중동 내 美 협력 석유기업 공격”
미·이스라엘-이란 간 전쟁 장기화 우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 섬을 공격했다. 반면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석유 기업의 시설을 공격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전쟁이 발발한지 2주가 넘어가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미군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 섬을 공격해 군사 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지시에 따라 미군 중부 사령부가 중동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격 중 하나를 감행했다”고 썼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품위를 이유로 석유 인프라는 파괴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석유 저장 시설 공격이 국제 유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르그 섬은 페르시아 만 북부에 위치해 있다. 이란의 석유 수출 물량의 90%가 거쳐 가는 데다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의 원유를 운송할 수 있는 터미널 역할을 하고 있어 이란 입장에서 요충지로 꼽힌다.

미군의 하르그 섬 공격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하르그 섬의 석유 인프라까지 공격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나 다른 누구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과를 방해하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면 나는 이 결정(하르그 섬 내 석유 인프라를 파괴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즉시 재고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앞으로 일주일 동안 이란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호위하기 위한 준비에도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일본에 배치된 강습 상륙함 트리폴리함과 제31해병원정대 소속 약 2500명의 병력을 중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말에는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미 해군이 호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 해군이 언제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들을 호위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 일은 아주, 아주 곧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13일(현지 시간) 열린 ‘국제 쿠드스의 날’ 행사에 행인들이 집회를 이어가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13일(현지 시간) 열린 ‘국제 쿠드스의 날’ 행사에 행인들이 집회를 이어가는 모습. 신화연합뉴스미국의 압박에도 이란은 오히려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이란군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르그 섬의 군사 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힌 직후 “자국 석유 및 에너지 인프라가 타격받을 경우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석유 기업들이 소유한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취임 직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에서는 상선 피격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걸프만 북부 이라크 해안에서 유조선 2척이, 아랍에미리트(UAE) 해안에서 컨테이너선 1척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돼 화재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는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최소 16척의 선박이 걸프만에서 공격받았다고 집계했다.

이란은 미군과 동맹국을 상대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서는 이란의 잇따른 미사일 공격으로 미 공군의 공중급유기 5대가 파손됐고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에서는 훈련 중이던 프랑스군 부대를 겨냥한 드론 공격으로 병사 1명이 사망해 유럽 병력 중 첫 전사자가 나왔다.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공격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모즈타바의 성명 발표 직후 이스라엘을 향해 분쟁 발생 이후 최대 규모의 미사일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무게 1∼2톤에 달하는 탄도미사일 30발을 이스라엘 본토 표적을 향해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13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수천 명이 참석한 반미·반이스라엘 집회인 ‘국제 쿠드스의 날’ 행사 현장 인근에 폭격을 가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부터 90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IRGC 지역 본부와 바시즈 민병대 본부 및 탄도미사일 개발시설 등 테헤란 내 정권 기반 시설 200곳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란은 최근 이례적으로 인도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인 ‘시발릭 호’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했다. 로이터는 인도의 다른 LPG 운반선인 ‘난다 데비’호도 조만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의 요청을 받은 이란이 이례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전쟁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파상공세와 이란의 강경한 저항에 단기간에 전쟁이 종식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이란 지도부가 여전히 기능을 유지하고 있고 민중 봉기의 여건도 조성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보도도 나왔다.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시위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미국과 이스라엘이 밝혀오던 이란의 정권 교체 역시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개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란 국민이 정권을 무너뜨릴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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