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함,트럼프 요구로 호르무즈로 파견되나…

2023년 5월 청해부대 39진 충무공이순신함(앞)이 아덴만 인근 해상에서 이탈리아 해군 리조함(Luigi Rizzo)과 연합협력훈련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기뢰제거 역량 없는 청해부대 투입 신중해야”

미국에서 정식 파견 요청 올 경우
아덴만 ‘청해부대’ 파견 검토할 듯
호르무즈해협까지 활동 확대 전례
당시와 달리 “국회 동의 필요” 견해
투입 시 ‘제한적·방어적 임무’ 한정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한국, 일본 등을 포함한 5개국을 콕 집어 호르무즈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구하면서 아덴만 인근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작전상 위험성은 물론 미국·이란 전쟁에 참전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정부의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한미 동맹과 호르무즈해협의 안정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군함을 투입할 경우엔 제한적·방어적 임무로 한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15일 “아직 미국 측으로부터 호르무즈해협에 함정 파견 등에 대한 공식적인 지원 요청이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으로 조만간 미 정부 차원의 군함 파견 요청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이날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하여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제부터 내부적인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의 20%가 지나가는 요충지로, 가장 좁은 곳은 39㎞에 불과하다. 이란은 최근 이 해협에 기뢰 설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고, 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들의 피격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중동에서 기뢰제거 임무를 담당했던 소해함을 퇴역시킨 만큼, 선박 호위 작전을 미군 단독이 아니라 다국적군을 구성해 수행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미국의 요청이 올 경우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 퇴치 및 안전 항해 지원 활동 중인 청해부대 파견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해부대는 4,500톤급 구축함인 대조영함과 링스 헬기(대잠헬기) 등으로 구성돼 있고, 파견 병력은 262명이다. 다만 청해부대에는 소해함이 함께하지 않아 기뢰 공격에 취약하다.

군은 “청해부대는 현재 오만 동방 해상에서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한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뢰제거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청해부대를 섣불리 투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에 보내 한국 상선에 대한 호위 작전을 수행한 적이 있다. 2020년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슬람혁명수비대 사령관 제거 당시 미국·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자 한국 등에 이른바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동참을 요구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이란에서 호르무즈 호위 연합 동참을 적대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고 보고,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했다.

당시 국회에 제출된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에는 청해부대 파견 지역을 아덴만으로 규정하면서도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문구가 있어 별도의 절차 없이도 호르무즈해협까지 작전 범위를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당시엔 청해부대가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우리 상선 호위 등 독자 임무를 수행한 것이지만, 이번엔 미국 주도 다국적군에 참여한다면 사실상 참전하는 양상이 돼 임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청해부대도 이란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고 장병들의 안전에도 위협이 커질 수 있다”며 “국회 동의 없이 투입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중동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제한적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참여할 경우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한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제한적·방어적 성격의 기여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임무의 성격도 한국 선박 보호, 교민 대피 지원, 정보공유, 해양안보 협력 등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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