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는 의도치 않게 한국 영화 시장의 변화를 담고 있다. 관객의 관람 형태가 변했고, 영화계가 어떻게 이에 대처해야 할지 시사해 준다. 감염병 대유행 전까지 한국 영화계에는 대마불사 신화가 있었다. 거대 제작비에 스타 감독이 연출하고, 유명 배우가 대거 출연하면 흥행 에서 쪽박은 차지 않는다는 믿음이 존재했다. 관객 1,000만 명을 넘는 영화 대부분이 한국형 블록버스터였다.
코로나19가 물러날 무렵인 2022년부터 변화가 생겼다. ‘서울의 봄’(2023)을 제외하면 200억 원 이상을 들인 영화 대부분이 흥행 전선에서 패퇴했다. ‘비상선언’(2022)과 ‘외계+인 1부’(2022), ‘비공식 작전(2023)’ ‘더 문’(2023), ‘전지적 독자 시점’(2025) 등이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대신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들이 쏠쏠한 재미를 봤다. ‘범죄도시2’와 ‘범죄도시3’(2023), ‘범죄도시4’(2024), ‘파일럿’(2024), ‘좀비딸’(2025) 등이 대표적이다. 105억 원으로 만든 ‘왕과 사는 남자’도 블록버스터라는 수식과 거리가 멀다.
기존 흥행 감독들이 관객의 외면을 받은 대신 새 흥행 감독들이 등장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왕과 사는 남자’의 장항준 감독, ‘서울의 봄’의 김성수 감독, ‘파묘’의 장재현 감독은 신인은 아니나 1,000만 관객과 같은 대형 흥행과는 무관했던 이들이다. ‘범죄도시2’와 ‘범죄도시3’의 이상용 감독, ‘범죄도시4’의 허명행 감독은 아예 신인이다. 관객은 더 이상 기존 흥행 감독의 이름만 보고 극장에 가지 않는다. 거대 제작비와 유명 스타 대거 출연이라는 포장에 넘어가지도 않는다. 예전과 다른 기획, 식상하지 않은 인물에 더 호기심을 느끼는 듯하다. 관성에서 온전히 벗어난 영화들이 살아남을 때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