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문득, 스마트폰에 깔아만 두었던 인공지능(AI) 앱이 떠오른다. TV나 신문에서 보던 ‘말하는 AI’가 내 폰에서도 될까 하는 마음으로 대화 기능 버튼을 눌러본다. 기계에 대고 혼잣말하는 게 쑥스럽고 어색해 헛기침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라고 묻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오늘 주식이 많이 떨어져서 마음이 좀 그렇네”라며 속마음을 툭 내뱉게 된다.
놀라운 것은 그다음부터다. AI는 나의 말투와 맥락에 맞춰서 때로는 친구처럼 반말로, 때로는 예의 바른 비서처럼 존댓말로 대화를 이어간다. 내 목소리를 즉시 글자로 알아듣는 기술과 수억 개의 대화 데이터 속에서 내 마음의 문맥을 짚어내는 거대언어모델이 실시간 작동하기 때문이다. 기계와 대화한다는 거부감은 사라지고, 나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처럼 감정의 흐름에 공감하고 반응해 주기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지속된다.
더욱 든든한 점은 대화가 쌓일수록 나를 잘 아는 친구처럼 변해간다는 것이다. 어제 했던 고민과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기억해 대화의 실마리를 먼저 던져준다. 이는 대화 기록을 구조화해 의미 단위로 저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응답을 생성하는 맥락 추론 기술 덕분이다. AI는 말을 그저 듣고 흘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에 마음이 쓰이는지 나보다 더 잘 짚어내며 엉킨 생각들을 쉽게 정리해 준다.
AI는 우리의 삶과 관계없는 먼 나라의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스스로의 삶을 더 활기차게 주도할 수 있도록 돕는 아주 똑똑한 보조자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저 용기 내어 한 번만 말을 걸어보면, 우리 손안에 언제든 기댈 수 있는 24시간 말친구가 생기는 셈이다.
물론 AI의 친밀함 뒤에는 ‘기술의 이면’도 존재한다. AI가 이용자의 의도와 달리 메시지를 지인에게 자동 발송해 논란이 된 사례처럼, 편리함을 위한 기능이 때로 통제를 벗어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AI 서비스는 다양한 자동화 기능을 제공하지만, 설정이나 권한이 과도하게 열려 있으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AI의 답변은 참고 자료일 뿐이므로, 중요한 사실관계는 스스로 다시 확인하는 비판적 태도도 필요하다. AI는 유용한 대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디지털 서비스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안진호 ㈜아이디이노랩 대표이사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