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었다.
연필을 깍던 노동
투명한 유년의 오후
연필을 깍으며
칼 끝에서부터 전해지던
나무결의 완강한 저항을
어설픈 손놀림으로
들려오던 사각거림
잠시 눈을 돌린 이유로 하여
그 섬뜩한 칼날의 빗나감에
빠알갛게 해 질때까지 울다
울다 지쳐,
어른이 되어서야
잊어버린…나는
이제 빗나감들에서 빗나가고 있다
나는
오후의 연필을 깍는다
오후 햇살의 그림자를 반사하는
무뎌진 칼날은
날카롭게 연필심을 다듬고
그것으로
나는 벽을 판다
작은 메모: 연필을 깍는 소리를 사랑한다. 연필을 깍을 때 나는 나무 내음이 싱그럽고 깊은
사색의 세계로 나를 인도한다. 얇은 연필 한 자루에서 그것이 자라던 커다란 나무 둥지를
상상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글을 쓴다. 간절하게 나를 둘러싼 세상과 맞서 버틴다.

김준철 (treeandmoon2022@gmail.com)
현)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비영리문화예술재단『나무달』대표.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 수상, 쿨투라 해외문화상
수상.
시집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슬픔의 모서리는
뭉뚝하다』, 전자시집 『달고 쓰고 맵고 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