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화제] 칭찬보다 무서운 ‘좋아요’… 성인 83% “청소년 SNS 가입연령 높여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되는 정보의 무분별한 노출은 세계 각국 정부나 학교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디지털 거리 두기'를 실시하도록 만든 주요 원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SNS 이용 효용성 인정하면서도
“타인 반응에 과도한 영향” 62%
“자극적·부적절 콘텐츠 노출” 59%
성인보다 취약하다는 응답 많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청소년의 일상에서 또래와의 소통, 정보 습득, 자기표현, 문화 참여의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유해 콘텐츠 노출, 과몰입, 정서 발달 저해 등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는 관련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논의가 진행 중이며, 특히 호주 등에서 SNS 가입 연령 기준 강화 입법이 추진되는 등 청소년 SNS 이용 문제는 사회적·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청소년의 SNS 이용을 둘러싼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논의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2월 6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청소년의 SNS 이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민 인식을 확인하고, 실질적인 보호 방안에 대한 선호도를 살펴보았다.

부정적 우려에 대한 공감도 높고, 긍정적 기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아

SNS 이용이 청소년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다. 과도한 몰입 및 일상 방해(88%), 유해 콘텐츠 노출에 따른 정서 발달 저해(86%), 열등감·우울감 유발(80%)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데 10명 중 8명 이상이 동의한다. 동시에 또래 유대감 형성(73%), 자기표현 및 창의성 증진(67%), 학습 보조(60%) 등 SNS의 순기능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과반이 넘는 높은 공감대를 보인다.

하지만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만 따로 살펴보면 그 인식의 깊이에서 확연한 격차가 확인된다. 정서 발달 저해(42%), 일상 방해(40%), 열등감·우울감 유발(30%)에 대해서는 10명 중 3~4명이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반면, 학습 보조(9%), 개성 표현(10%), 유대감 형성(12%) 등에 대한 적극적인 동의는 10% 내외에 그친다. 국민들은 SNS의 효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청소년이 직면하는 부정적 영향을 더 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청소년의 SNS 개인 삶에 영향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소년의 SNS 개인 삶에 영향 그래픽=송정근 기자

SNS상의 위험 노출에서도 청소년이 성인보다 취약하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한다. 구체적으로는 ‘좋아요’나 댓글 등 타인의 반응에 심리적으로 과도하게 영향을 받는 상황(62%)이 성인보다 빈번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으며, 알고리즘에 의한 자극적·부적절한 콘텐츠 노출(59%), 모르는 사람으로부터의 위험한 접근(57%) 또한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는 청소년의 취약성을 전체 평균보다 더 높게 인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타인 반응에 대한 집착(67%)과 유해 콘텐츠 노출(64%) 항목에서 전체 평균을 상회하는 우려를 표한다. 학부모들은 단순한 SNS 이용 행태 문제를 넘어, 플랫폼 환경 자체가 청소년에게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성인대비 발생 빈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소년들에게 성인대비 발생 빈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소년의 SNS 이용 역량,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부정적으로 평가

청소년의 SNS 이용 역량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물어본 결과, 정보 판별력, 자기 조절력, 위험 대처력, 디지털 윤리 등 모든 항목에서 ‘역량을 갖췄다’는 응답이 낮다. 특히 청소년이 이용 시간과 빈도를 스스로 제어하는 ‘자기 조절력’을 갖췄다는 응답은 20%로 4개 항목 중 가장 낮다. 온라인 에티켓과 법규를 준수하는 ‘디지털 윤리’, 유해 광고 및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위험 대처력’,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정보 판별력’을 갖췄다는 응답 역시 각각 25% 수준에 머무른다.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응답도 전체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청소년은 스스로 SNS를 안전하게 이용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견해가 세대를 막론하고 널리 공유되어 있다.

청소년의 SNS 이용 능력 보유 응답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소년의 SNS 이용 능력 보유 응답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소년의 SNS 이용 역량 사회적 우려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소년의 SNS 이용 역량 사회적 우려 그래픽=송정근 기자

정부는 가이드라인 제시하되,
책임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
규제 필요성에는 높은 ‘공감’,
방법론에는 ‘의견 분산’

SNS상에서의 청소년 보호를 위한 정부 역할에 대해, 응답자의 대다수는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개입 방식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제시 및 기업 자율 지원(54%)이 법적 강제 및 직접 감독(34%)보다 더 높은 지지를 얻어, 자율 규제에 기반한 점진적 개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제시(44%)와 법적 기준에 의한 강제(43%)를 거의 비등한 수준으로 지지한다. 초중고 자녀가 없는 응답자와 비교할 때, 실질적인 자녀 보호를 위해 제도적 구속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이다.

청소년 SNS 이용, 정부의 제도적 역할은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소년 SNS 이용, 정부의 제도적 역할은 그래픽=송정근 기자

다만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면서도 정작 ‘핵심 보호·관리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다각화된 모습이다. 청소년의 건강하고 안전한 SNS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해 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최대 2개까지 선택하게 한 결과, 콘텐츠 제작자·인플루언서(37%), 보호자(36%), 청소년 스스로(34%), 정부 및 공공기관(31%), 학교 및 교육계(30%), 플랫폼 기업(26%) 순으로, 모두 26~37% 내외 수준으로 고르게 나뉜다. 뚜렷하게 높은 응답을 얻은 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누가 핵심적으로 관리하고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으며, 동시에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인식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제도 시행 시 최우선 고려사항으로는 개인정보 보안 강화(35%)가 가장 높으며, 기술적 실효성 확보(17%)와 청소년 기본권 보호(16%)가 그 뒤를 잇는다.

청소년의 건강하고 안전한 SNS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해 누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나. 또 청소년 보호방안이 시행될 때 가장 우선 고려해야할 점은 무엇인가.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소년의 건강하고 안전한 SNS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해 누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나. 또 청소년 보호방안이 시행될 때 가장 우선 고려해야할 점은 무엇인가.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소년 보호를 위한 규제·정책 방안의 필요성을 평가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80% 안팎으로 동의율이 높다. 콘텐츠 제작자·인플루언서의 사회적 책임 강화(89%)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확대(87%)에서 특히 다수가 동의하며, 연령 확인 절차 및 가입 기준 강화(86%), 중독 유발 기능 앱 설계 규제 (84%), 사생활 보호 및 외부인 접촉 차단(84%) 등도 비슷하게 높다. 다만 이러한 높은 동의 수준은 청소년 보호라는 당위적 차원에서의 공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제도 도입 시 수반될 수 있는 비용이나 불편함에 대한 ‘구체적 수용성’과는 온도 차가 존재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청소년 SNS 보호, 공적·사회적 책무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소년 SNS 보호, 공적·사회적 책무 그래픽=송정근 기자

각 방안의 필요성에 공감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세부 실행 방식을 물은 결과, 방안별로 선호가 엇갈린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학교 미디어 교육의 정규화(76%)로 비교적 방향이 뚜렷한 반면, 나머지 방안들은 선호가 비교적 고르게 분산되는 경향이다.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던 콘텐츠 제작자·인플루언서 책임 강화의 경우, 위험·자극적인 콘텐츠 알고리즘 추천 배제(51%), 청소년 보호 제작 가이드라인 준수 의무화(45%), 부적절 콘텐츠에 대한 수익 창출 제한(41%)으로 선호가 나뉜다. 이용 시간 관리 방안의 세부 방식으로는 일일 이용 총량제(67%)와 심야 접속 제한(63%)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가입 연령 제한 필요” 83% 동의
현행보다 높은 ’16~18세’ 최다
83%가 “하루 이용 시간 제한을”

전체 응답자의 83%가 SNS 가입 연령 제한 필요성에 동의한다. 제한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최소 가입 연령은 평균 만 16세이며, 특히 만 16~18세를 선택한 비율은 49%이다. 이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법정대리인 동의 기준인 만 14세보다 높은 수준으로, 최근 만 16세 미만 SNS 이용을 법적으로 금지한 호주 등 글로벌 규제 흐름과 유사한 인식이 국내 응답자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 SNS 계정, 적절한 최소 연령은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소년 SNS 계정, 적절한 최소 연령은 그래픽=송정근 기자

하루 적정 이용 시간과 관련해서도 시간 선택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은 17%에 불과하며, 나머지 83%는 시간 제한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 중 59%는 최대 2시간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를 종합하면, 청소년 SNS 이용에 대해 가입 연령을 상향하고 이용 시간은 제한하는 방향의 ‘강화된 이용 기준’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청소년 SNS 계정, 적절한 이용시간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소년 SNS 계정, 적절한 이용시간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소년의 SNS 이용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에서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번 조사에서도 청소년 SNS 이용이 위험하다는 우려가 세대를 막론하고 널리 공유되어 있음이 확인된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강제 제재보다는 가이드라인 제시와 기업 자율 지원을 선호하는 응답이 우세하다. 또한 보호의 핵심 주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콘텐츠 제작자·플랫폼 기업·보호자·학교·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어떻게 분담해야 할지 협의가 필요하다. 어떤 제도든 개인정보와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조건 역시 제기되었다.

동시에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SNS의 순기능에 대해서도 공감도가 높았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래 관계 유지, 자기표현, 학습 보조 등 SNS가 제공하는 기회를 보존하면서 위험 요인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이번 조사는 만 18세 이상 성인 응답자의 인식을 측정한 것으로, 어른들의 시각에서 본 청소년 SNS 이용의 현주소를 담고 있다. 실제 규제와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청소년 당사자의 경험과 목소리도 함께 담겨야 할 것이며, 이번 조사가 그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지희 한국리서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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