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장] 정청래-장동혁 한판…李 대통령은 백분토론 진행자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 대통령,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李-여야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
통합 넥타이·손 맞잡기…협치 장면 연출
추경 편성 與 “잠깐기쁨” vs 野 “타이밍”
李, 충돌 속 중재자…“이게 말리는 과정”
충돌관리에 李, 주도권 쥐고 개헌까지 확전

중동발 경제 위기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7일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이라는 이름으로 7개월 만에 다시 마주 앉았습니다. 회담에서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추가경정예산안의 지원금 방식 등을 두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그 사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며 통합 메시지를 내놓는 한편 양당 대표를 달래고 중재하는 이른바 ‘백분토론’의 진행자 같았습니다.

이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정옥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대통령은 두 정당 대표를 화해시키는 모습으로 정치적으로 원하는 바를 모두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국민 입장에서는 대통령을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닌 통합적 국정운영자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7개월 만에 여야 모임을 성사시킨 것 자체가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회담의 최대 수혜자가 이 대통령이라는 것입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닌 통합적 국정운영자로 인식”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 중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뒷줄은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민석 국무총리, 홍익표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 중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뒷줄은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민석 국무총리, 홍익표 정무수석. 연합뉴스

실제 이 대통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배색된 ‘통합 넥타이’를 착용하고 참석자들을 맞이했습니다. 모두발언에서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 특히 외부 요인으로 공동체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는 내부 단합이 중요하다”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이 상당히 큰 위기에 처해 있다”며 “여야 모두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통합은 이런 때 빛을 발한다”며 “의견이 다르면 자주 만나 터놓고 얘기하자”고 강조했습니다.

기념 촬영 과정에서는 양당 대표의 손을 직접 맞잡게 한 뒤 자신의 손을 포개며 통합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연출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웃으며 이를 지켜봤고, 회담 초반 비교적 부드럽게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물론 본론에 들어가자 장동혁 대표가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전쟁 추경을 두고 “국민 70%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방식은 물가와 환율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잠깐의 기쁨으로 긴 고통을 사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원화 가치 하락과 통화량 증가, 외환보유액 감소 등을 언급하며 거시경제 불안으로 연결 지었습니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야당 입장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위기 상황으로 추경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속도론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주가 상승과 수출 증가 등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은 정상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맞섰습니다. 같은 경제 상황을 두고 ‘위기 심화’와 ‘회복 국면’이라는 상반된 인식이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추경에 장동혁 “잠깐의 기쁨·긴 고통”…정청래 “타이밍이 중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방은 구체적인 예산 항목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장 대표는 TBS 지원 예산, 외래관광객 유치 사업, 농지 투기 전수조사 등을 열거하며 “전쟁 추경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유류세 인하 확대와 화물·택배 종사자 지원 등을 포함한 ‘국민생존 7대 사업’ 반영을 요구했습니다.

정 대표는 일부를 수용하면서도 다시 맞섰습니다. “TBS 예산은 추경 성격에 맞지 않는다”며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도 외래관광객 유치 사업에 대해서는 “구매 촉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체납관리단 등 다른 예산에 대해서도 “투입 대비 효과가 크다”고 반박했습니다.

양당 대표가 맞붙는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진행을 맡는 모습이었습니다. 야당 대표의 파트너는 여당 대표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자신은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로서 자리를 매김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이 대통령은 “한 말씀씩 하시라”며 발언 순서를 정리한 데 이어 “대정부질문 받는 느낌인데 중요한 지적”이라며 장 대표 발언을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또 “똑같은 사실을 다르게 말하면 싸움이 된다”며 팩트 중심 논의를 강조했습니다. 공방을 주고 받자 이 대통령은 “이게 말리는 과정”이라며 양당 대표의 갈등을 관리하기도 했습니다. 조정자 이미지까지 부각시킨 셈입니다.

발언 순서 정리한 李 대통령 “이게 다 말리는 과정”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과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과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정옥임 전 의원의 평가대로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편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 짐 캐리 사업’을 둘러싼 논쟁에서는 직접 판단에 나섰습니다. 장 대표가 “중국인 지원 예산”이라고 주장하자 이 대통령은 “중국인으로 한정돼 있다면 삭감하라”고 지시하며 논란을 정리했습니다. 불필요한 정치적 쟁점을 즉석에서 차단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추경 등 핵심 정책 기조는 끝까지 고수했습니다. 현금성 지원을 둘러싼 공방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장 대표가 “현금 지급은 경제에 부담”이라고 비판하자 이 대통령은 “현찰 나눠주기라는 표현은 과하다”며 “유류세 인상으로 인한 고통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재원에 대해서도 “추가 세수를 활용한 것”이라며 정책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예산안은 정부 의견일 뿐 국회에서 조정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갈등 조정과 정책 주도권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을 구사한 것입니다.

연임 즉답 피했다는 野 공격…靑 “불가능하다 분명히 밝혀”

 

장동혁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담은 개헌 논의로까지 확장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헌법이 시대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며 5·18 정신 수록 등을 포함한 개헌 논의에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단순한 추경 협의를 넘어 정치 구조 전반으로 협치의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다만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장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개헌을 논의하기 전 중임 또는 연임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국민께 선제적으로 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듣기에 따라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문제와 연계해 이번 개헌을 추진한다는 식의 오해가 충분한 브리핑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현재 공고된 개헌안을 수정해서 의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이 대통령이 야당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상태에서 (연임 개헌이) 불가능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고 전했습니다. 모처럼 만들어진 여야정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빠르게 차단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날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여야 충돌을 관리하며 판을 쥐었습니다.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로서 정책 방향성에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됩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여야 모두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대화 자체가 성과”라고 했고, 민주당은 “협치의 첫 단추”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대통령도 장 대표에게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자주 뵙자”며 “잘못된 게 있으면 많이 질책해 주시고, 저희도 수용할 건 수용하고 수정할 건 수정해 가겠다”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과 이를 협의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데 여야정이 뜻을 모았다는 점 자체가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정치권이 모처럼 국민 앞에 보인 최소한의 책임과 예의를 갖춘 모습이 계속되길 기대해 봅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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