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출퇴근 시간대에 고령층의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제한하는 방법이 가능한지 검토해달라”면서 ‘뜨거운 감자’인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제도 개편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평균수명이 연장된 만큼 연령을 상향하거나 폐지하자는 의견과 이동권 제공으로 노인의 고립ㆍ단절감을 해소할 수 있어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찬반 입장이 뚜렷한 가운데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의제를 던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발언이 혼선을 자초했다. 발언 목적이 에너지 절감인지, 지자체 재정난 타개인지, 혼잡 완화인지, 복지재원 절감인지 명확하지 않은 게 문제다.
기후환경에너지부와 보건복지부가 업무를 서로 떠넘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대통령이 ‘출퇴근 혼잡 완화 차원’이라며 국토교통부에 업무를 맡기며 교통정리를 했지만, 곧이어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어르신들의 무임승차를 제한할 계획은 없다”고 발언하면서 유야무야되는 분위기다.대통령이 처음으로 이 문제를 언급한 이후 열흘 사이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는 서로 “(노인들이 지하철 타고) 할 일 없이 왔다 갔다 한다”고 비난하거나, “노인을 범죄자 취급한다”고 반발하면서 다퉜다. 노인무인승차제도 개편에는 △‘권리로서의 복지’를 축소하는 문제 △노인 복지비용에 관한 세대 갈등이 잠복해 있다는 점에서 이를 언급하려면 대통령 발언이 절제되고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 정책에 협조적인 대한노인회조차 “노인들이 비생산적이고 혼잡을 더하는 존재로 인식될 수 있다. 정서적 자극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불쑥 던져진 대통령의 정책 발언이 갈등을 키운 셈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과 전공의 파업이 겹쳐 모든 의료진이 탈진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전공의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가 비판받았던 사례를 환기시킨다.
당시 청와대는 의사들을 폄하하는 발언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발언 때문에 의료 비상사태 와중에 직역 간 감정의 골만 커졌다. 대통령 메시지 한 줄, 발언 한마디가 얼마나 섬세하게 관리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대통령 발언이 정책 추진의 돌파구가 될 때도 있다. 대통령이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와 확고한 철학을 가진 경우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며 사회안전망 구축 대책의 일환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이 논의됐다.
(1999년) 하지만 당시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기획예산처는 예산이 부족하다면서 강력히 반대했다. 언론도 시큰둥했다.
정부부처 안팎의 반발과 무관심으로 입법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역 순시를 하던 김대중 대통령이 “중산층과 저소득 서민층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국민생활보장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천명하면서 법안이 기사회생했고 제도 도입으로 이어졌다(김영순 ‘한국의 복지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대통령이 절대권력을 행사하던 권위주의 시대에는 대통령의 말이 곧 정책이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는 다르다. 개인과 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최대로 추구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다른 사람(집단)이 정책 수혜자가 되면 ‘역차별’이라고 반발하는 일이 흔하게 발생하면서 갈등 조정자로서 대통령의 입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의 과제인 준보편적 기초연금의 하후상박 구조 변환, ‘고용 유연성’ 확대 등은 수혜자와 피해자가 명확하다. 이렇게 잠재적 갈등이 큰 사안일수록 대통령의 말 한마디 무게를 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사실을 이번 논란이 보여준다.
이왕구 논설위원 (fab4@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