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종전 담판’ 위해 마주 앉았다…10여 년만의 공식 회담

11일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TV 화면에 JD 밴스(왼쪽부터) 미국 부통령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비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이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종전을 위한 대면 협상에 착수했다. 페샤와르=EPA 연합뉴스

“파키스탄 중재자 포함한 3자 회담”
美군함 항행 자유 무력시위 가능성

우여곡절 끝에 10여 년 만의 미국과 이란 간 대면 협상이 성사됐다. 종전(終戰) 방안이 논의된다. 호르무즈해협에서는 양측 군대 간에 장외 신경전이 벌어졌다.

10여 년 만의 공식 대좌

로이터통신은 파키스탄 소식통을 인용,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종전 협상에 돌입했으며, 파키스탄 측 중재자가 동석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직접 대면하는 3자 회담 형식으로 열렸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알자지라방송도 당초 이번 회담이 양측이 마주앉지 않는 ‘대리 회담’ 형식으로 예정됐지만, 양측 협상팀이 파키스탄중재자들이 참석한 직접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중재자 측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역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날 오후 이슬라마바드에서 직접 만났으며 이 회담에는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도 참석했다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 이란 관리 두 명을 인용해 전했다.

양국 간 공식 대면 회담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당시인 2015년 이란 핵합의 타결 뒤 처음이다. 2월 28일 개전 당시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지시로 미국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뒤 미국과는 대면 협상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IRNA, 타스님, 메흐르 등 이란 매체는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 미국 간 협상이 시작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양국 대표단은 이날 낮 샤리프 총리를 각각 만나 회담 의제와 방식 등을 논의했다. 외신에 따르면 회담 장소는 이슬라마바드의 5성급 세레나 호텔이다.

미국 대표단은 밴스 부통령이 이끌며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등이 함께한다. 미국 대표단 규모는 약 300명이며 여러 분야 전문가와 경호 인력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이란 측은 갈리바프 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으로 대표단 규모는 약 70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부통령과 이란 의회 의장 간 회담은 1979년 양국 간 외교 관계가 단절된 지 47년 만의 최고위급 회담이다.

하루이틀 협상 연장 가능성

회담이 실현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양국은 개전 뒤 42일 만인 7일 2주간 휴전에 전격 합의했지만 휴전 범위에 이견이 있었다. 이스라엘이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소탕을 명분으로 레바논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이란은 반발했다.

이날도 해외 이란 자산 동결 해제와 레바논 휴전에 미국이 동의했다는 갈리바프 의장의 주장을 백악관이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란은 회담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일단 회담은 시작됐고, 알자지라는 “레바논 휴전 필요성 등 기본 조건들에 대한 일부 진전이 있었다. (이란 자산) 동결 해제 논의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소식통 얘기를 옮겼다.

휴전 합의 뒤 미국은 이란에 15개 항의 종전안을 제시했고, 이란은 10개 항 요구를 역제안했다. 이날 회의 시작 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회담이 전문가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이란 대표단의 경제, 군사, 법률, 핵 부문 위원들이 협상장에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양국이 2시간가량 대화한 뒤 휴식을 위해 회담을 잠시 멈췄다고 전했다. 타스님은 “양측 대표단이 잠시 협의와 휴식 뒤 협상을 재개했다”며 회담이 총 4시간째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방송은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협상에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스님은 “회담이 하루 동안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가 회담 시작 뒤 “협상이 하루 더 연장될 수 있다”고 전망을 바꿨다.

조율 없이 해협 통과 vs 회항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회담이 열린 11일 한 풍선 상인이 이슬라마바드의 해당 회담 광고판 근처를 지나가고 있다. 이슬라마바드=로이터 연합뉴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회담이 열린 11일 한 풍선 상인이 이슬라마바드의 해당 회담 광고판 근처를 지나가고 있다. 이슬라마바드=로이터 연합뉴스

회담 여건은 아슬아슬하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미 당국자를 인용, 이날 미 군함 여러 척이 이란군과 조율하지 않고 호르무즈해협을 지나갔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해군의 유도미사일 구축함 두 척이었으며 별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다. 미국·이란 전쟁 개전 뒤 미 군함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 당국자는 “공해상에서의 항행 자유에 초점을 맞춘 작전”이라고 액시오스에 설명했다. 협상 개시 시점에 이란의 해협 봉쇄 및 통행료 징수에 맞서 미국이 무력 시위를 벌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미군 구축함이 호르무즈해협 동쪽에서 접근하려다 이란군의 경고에 회항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협상을 개시할 무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잇달아 글을 올리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그는 한 게시물에서 “우리는 중국, 일본, 한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국가를 위한 배려로 호르무즈해협 정리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회담일에도 레바논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자국 남부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총 1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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