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정전의 한 때]
김준철
깜박이던 기억은 눈을 감고
어둠의 수면 위에
간신히 떠 올라있다
먼지처럼 숨 쉬는, 하나의
시대를 지나
시대가 가진 모든 경계를 지우고 있다
그곳에서 볼 수 없기에
언제나
벽을 앞에 두고 있어도
은밀히 버려지고 있던
포만의 머리들…
상실의 꼬리들…
정전이 되었을 때
살아있음으로 멀리서
깜박여야 하는 밤
나의 호흡은
그 곳과 단절된 채
수면 위, 그들을 응시한다
작은 메모: 시대의 긴 호흡이 더이상 의미가 없는 시대를 맞았다. 시간의 축척으로
진화되는 시대가 끝난 것이다. 머리는 커져가고 꼬리는 사라지고 있다. 어둠의 바다에서
작은 불빛에도 넘실대는 것은 어쩌면 생명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 믿는다. 나와
같은 생명으로 도시의 화려한 불빛 너머를 바라보는 생명의 시선이 있다고.

김준철 (treeandmoon2022@gmail.com)
현)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비영리문화예술재단『나무달』대표.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 수상, 쿨투라 해외문화상
수상.
시집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슬픔의 모서리는
뭉뚝하다』, 전자시집 『달고 쓰고 맵고 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