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비자 3명 중 1명 ‘탈락’

미국 대학 유학비자 장벽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인 유학생들이 많은 UCLA 캠퍼스. [박상혁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들어 미국 유학을 꿈꾸는 외국 학생들에게 비자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유학생 비자(F-1) 거부율이 35%까지 치솟으며 최근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지원자 3명 중 1명이 비자를 받지 못한 셈이다.

국제교육 전문기관 쇼어라이트가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F-1 비자 거부율은 35%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비자 심사가 강화됐던 2020년의 이전 최고치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비자 거부 증가가 2025년 가을학기 국제학생 등록 급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거부율 상승은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 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 지역 학생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의 경우 F-1 비자 신청자의 약 64%가 거부되며 사실상 ‘절반 이상 탈락’이라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2015년 43%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이며, 전년도보다 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 시에라리온과 소말리아 등에서는 거부율이 90%를 넘는 사례도 보고됐다.

미국 유학생 최대 송출국 중 하나였던 인도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인도의 학생비자 거부율은 2023년 36%에서 2025년 61%로 급등했다. 불과 2년 사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전통적인 유학생 공급국에서도 비자 취득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남미 지역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남미 학생들의 비자 거부율은 2022년 31%에서 2025년 22%로 감소하며 최근 4년간 완만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다만 여전히 10년 전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완전한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유럽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유럽 출신 신청자의 비자 거부율은 지난 10년간 큰 변동 없이 유지됐으며, 2026년 기준 약 9% 수준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이는 지역별로 비자 심사 기준 적용에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미국 내 한인 유학생수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국제교육연구원(IIE)의 연례 유학생 통계인 ‘오픈도어’ 보고서에 따르면 2024~25 학년도 미국 내 대학과 대학원, 어학원 등에 재학 중인 한인 유학생은 총 4만2,293명으로 전년보다 2% 가량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극심했던 2020~21 학년도(3만9,491명)와 2021~22 학년도(4만755명)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한인 유학생 수는 지난 2010~2011 학년도 7만3,351명을 기록한 후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모양새다.

보고서는 현재의 비자 정책이 ‘능력 기반 선발 원칙’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업 능력이나 잠재력보다 출신 국가나 지역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대부분의 지원자가 탈락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미국 유학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비자 장벽 강화가 장기적으로 미국 고등교육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외국 유학생들은 등록금 수입뿐 아니라 연구, 혁신, 노동시장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해외 인재 유입이 줄어들 경우,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비자 거부율 상승 배경에는 불법 체류 우려, 정치·외교적 변수, 심사 기준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 공개가 부족해 지원자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쇼어라이트는 “유학생의 입학 가능성이 학업 성적이나 재정 능력이 아니라 출신 국가에 의해 좌우된다면 미국 비자 시스템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 유학에 비자 전략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대 유학 목적지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문턱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고등교육 전문 매체 인사이드 하이어 에드는 F-1 비자 거부율 상승이 지난해 가을학기 미국 대학 유학생 수 감소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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