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이슈] 조국과 한동훈의 약속 대련

조국(왼쪽 사진) 조국혁신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팬덤 강력한 두 앙숙의 ‘적대적 공생’
정치력 시험대 6월 재보선 나란히 도전
독설 아닌 다수 마음 얻는 진짜 경쟁을

조국과 한동훈.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요란한 앙숙이다. 번듯하게 바른 소리를 하다가 이내 “꼬붕” “징징” “아첨” “찌질” 같은 유치한 표현으로 상대를 긁어댄다.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번갈아 날을 세운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두 사람이 옹색하게 치받고 있다. 독한 말이 알고리즘을 타고 퍼질수록 존재감도 커진다. 적대적 공생관계나 다름없다. 지지층은 속이 후련하겠지만 지켜보는 이들은 짜증만 늘어난다.

둘은 검찰개혁 갈등을 거치면서 각자 속한 진영의 상징이 됐다. 당의 간판으로 화려하게 정계에 데뷔한 점도 닮았다. 무엇보다 강력한 팬덤을 등에 업고 무대의 중심에 섰다. 반대 진영을 겨냥한 적대감이 정치적 자산이 됐다. 서로를 가장 손쉬운 표적으로 여겼다. 세게 때릴수록 지지층은 결집했고 우리 편의 정체성은 선명해졌다. 격한 환호와 달리 외연은 초라하다. 팬덤이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를 벗어나면 싸늘한 시선이 적지 않다. 높은 인지도에 비해 확장성이 약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정치가 상식을 무시하는 시대다. 거대 의석으로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그칠 줄 모른다. 계엄의 잘못과 단절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민심도 방향도 잃었다. 기득권에 매몰된 양당 정치에 등을 돌린 무당층이 30% 안팎에 이른다. 대중과의 소통에 능한 조국과 한동훈에겐 분명 빈자리를 메울 기회다.

하지만 도파민을 자극하는 조롱과 비아냥으론 어림없는 일이다. 둘의 공방이 정치 예능으로 소비돼 눈과 귀를 사로잡는 사이 정책과 비전 대결은 뒷전으로 밀렸다. 내 삶을 좌우하는 문제를 진중하게 토론하기는커녕 충돌하는 캐릭터의 잔상만 남았다. 혐오를 동력으로 삼는 기성 정치와 겹쳐 보인다. 시청자는 늘어날지 몰라도 시민은 점점 줄어든다. 과열된 팬덤을 피해 멀찌감치 물러난 이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 물음에 답하기도 전에 두 사람이 링 위에 올랐다.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선다. 세간의 주목을 넘어 정치적 영향력을 가늠할 시험대다. 조국은 “국민의힘 제로(0)”를 목표로 내걸었다. 내란세력을 심판하겠다는 결기가 담겼지만, 정작 자신은 무엇을 하려는지 모호하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무난하게 이긴 평택을에 출마하면서 국민의힘 타도를 외치는 것도 어색하다. 한동훈은 보수 재건을 위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서겠다”더니 대구와 부산 사이에서 한동안 갈팡질팡했다. 보수정당 불모지인 수도권 험지 공략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조국이 부산 말고 군산에 보내 달라고 떼쓴다”며 비꼰 그 역시 막판까지 눈치를 보긴 마찬가지였다. 둘의 정치 체급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출사표는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메시지다. 선거 승패와 정치적 평가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합리적 유권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인기몰이는 공허할 뿐이다. 예컨대 저출생에 대해 두 사람이 그간 어떤 해법을 내놓았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세대갈등, 지방소멸도 다르지 않다. 현실은 이렇게 갑갑한데 독설과 흠집내기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정치는 정적을 제거하는 전쟁이 아니라 가치를 겨루며 공존하는 제도다.

또한 설득의 예술이기도 하다. 그 대상은 좁은 지지층이 아니라 전체 국민이어야 한다. 누군가를 붙잡고 늘어지는 방식으론 공감대를 넓히기 어렵다. 조국과 한동훈이 6월 이후 국회 한 석 이상의 의미를 가지려면 증오의 언어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팬덤 바깥의 시민들을 움직이지 못하면 대권가도는 언감생심이다. 속내가 뻔한 약속 대련은 그만하면 충분히 봤다. 다수의 마음을 얻는 진짜 경쟁을 외면하다간 그들의 선택지에서 둘의 이름은 지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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