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왜 알츠하이머는 여성에, ADHD는 남성에 많을까

게티이미지뱅크

뇌세포 분석 결과, 남녀 유전자 발현 차이
성별 편향적 유전자, 특정 뇌 질환과 연관

알츠하이머병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같은 신경 질환이 성별에 따라 발생 빈도나 진행 양상의 차이가 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유전적 실마리가 발견됐다. 뇌세포 내 유전자 발현 방식이 성별에 따라 광범위하게 달라, 이 차이가 특정 뇌 질환 발병 위험과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등 연구팀은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기존 연구가 뇌 조직 전체를 뭉뚱그려 분석한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개별 세포 수준에서 유전자 발현을 측정해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다 정밀하고 고해상도로 파악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성인 남녀 30명의 뇌에서 추출한 대뇌 피질 부위 6개의 샘플 169개를 대상으로 단일핵 리보핵산(RNA) 시퀀싱을 진행해 유전자 발현을 분석했다. 단일핵 RNA 시퀀싱은 개별 세포의 핵에서 유전 정보를 전달하고 단백질 합성을 매개하는 RNA를 추출해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분석 결과, 3,000개 넘는 유전자가 최소 1개 이상 피질 부위에서 성별에 따른 발현 차이를 보였다. 유전자 133개는 모든 부위와 세포 유형에서 일관된 성별 차이를 나타냈다. 성염색체 유전자뿐만 아니라 상염색체 유전자에서도 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변이가 다수 발견됐다.

이런 성별 편향적 유전자들은 알츠하이머병, 조현병, 우울증, ADHD 등 성별에 따라 유병률이 다른 질환의 유전적 위험 요인과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과 우울증은 여성에서, ADHD는 남성에서 유병률이 더 높다.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은 남녀 간 비슷하지만, 남성의 발병 시기가 더 이르다.

연구팀은 “인간 뇌의 성별 차이에 관한 지식의 폭과 깊이, 그리고 정밀도를 실질적으로 진전시켰다”고 자평하며 “발달 과정 중 언제 성별 차이가 나타나는지, 그리고 이런 차이가 여러 인구 집단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지를 밝히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는 “한국 연구계도 뇌 질환 연구 전략에서 성별 차이를 기본 변수로 넣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ADHD, 조현병, 알츠하이머병 등의 진단과 치료 가이드라인을 설계할 때 성별 특이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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