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동영 ‘구성 핵시설’ 언급에 대북 정보 제한 나선 듯… ‘비공개 정보’ 논란은 여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경기 고양시 한 호텔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정동영, 영변·강선 외 구성 핵시설 언급에
미국, 북한 위성 등 일부 정보 제한 반발
“공개 정보” 해명에도 이례적 경고 조치
2016년 “北우라늄 농축 시설 영변 외에도 존재”
“장관이 반복 말하면 ‘사실’로 받아들여져” 비판

미국이 북한 제3의 핵시설로 평안북도 구성시를 지목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 대한 불만 표시로 일부 대북 정보 공유를 중단한 것으로 19일 파악됐다. 앞서 정 장관이 지난달 국회에서 영변·강선뿐 아니라 구성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언급하자 미 측은 비공개 정보 발언 배경을 우리 측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구성 핵시설이 비공개 정보가 맞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다만 장관이 공식적으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지역을 공개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미 측은 최근 북한 내부를 촬영하는 위성 자료 등 일부 대북 정보를 약 일주일 전부터 한국 정부에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이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영변과 강선뿐 아니라 구성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말한 것에 항의를 제기하는 차원에서다. 미국은 앞서 주한미국대사관 등을 통해 정 장관 발언의 배경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공개된 정보에 근거한 발언”이라면서 “구성 관련해 어떤 정보도 다른 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적 없다”고 해명했다.

통일부의 설명에도 미국이 이례적인 대북 정보 공유 제한에 나선 것은 정보망 약화뿐 아니라 한국 정부 고위 인사의 부주의한 정보 공개가 한미 연합 정보의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이 반대 의사를 밝힌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과 비무장지대(DMZ)법 추진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번 조치는 경고성 성격이 짙은 만큼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구성 핵시설이 비공개 정보인지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진다. 통일부의 설명대로 구성 핵시설의 존재 가능성 자체는 완전한 기밀이라고 보긴 힘들다. 2016년 미국 정책연구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보고서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영변 외에도 존재할 수 있다”면서 “초기 원심분리기 연구개발 시설이 ‘영변 핵시설에서 서쪽으로 약 45㎞ 떨어진 구성시 방현공군기지 내부 혹은 인근’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통일부는 정 장관이 이 보고서를 비롯해 “여러 연구 기관 및 주요 언론의 보도”로 구성 핵시설의 존재를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성은 방현공군기지뿐 아니라 용덕동에서도 핵시설 내 새 구조물에서 우라늄 농축 등의 활동을 했을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가 지적한 지역이기도 하다.

다만 ISIS 보고서는 구성의 관련 시설이 “현재도 우라늄 농축 기능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통일부의 설명과 달리 해당 보고서를 제외하고 구성 핵시설을 언급한 국내외 자료는 드문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북미정상회담 당시에도 구성은 유력 핵시설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역시 지난달 정 장관의 해당 발언을 전하면서 “구성의 시설을 핵농축 활동과 확정적으로 연결 지을 만한 공개된 증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라고 짚었다.

이렇듯 실체가 불분명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구성을 북한 제3의 핵시설로 지목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지난달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도 구성의 우라늄 시설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연구기관이나 학계의 주장과 장관의 발언은 무게가 다르다”면서 “장관이 국회에서 거듭 말하는 순간 그건 추측이 아니라 검증된 ‘사실’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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