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국 정부가 식품과 의약품 부족까지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 대응에 나섰다. 에너지·물류 차질이 식량과 의료 공급망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 위기 대응 회의체인 ‘코브라(COBRA)’를 통해 식품 공급 차질 가능성까지 포함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 중이다.
가정된 상황은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선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고, 이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비료 공장이 멈추면서 식품 생산과 유통에 필수적인 이산화탄소 공급이 급감하는 경우다.
이산화탄소는 동물 도축, 식품 보존·포장, 맥주 양조 등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최악의 경우 공급량이 평소의 18%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당국은 당장 ‘식량 부족 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변화는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 종류가 줄어들거나 일부 제품이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등 ‘선택지 축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 역시 공급 붕괴보다는 가격 상승 압력이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소매업협회도 “정부가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며 “현재 중동 상황은 이미 국내 정책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레놀. AFP연합뉴스식품을 넘어 의료 분야에서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제약업계 단체 ‘메디슨즈 UK’는 전쟁 여파로 원료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주 내 의약품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의약품 활성 성분 제조에 필요한 화학물질과 용매 공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르면 6월 NHS(국민보건서비스)가 심각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아스피린과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 코코다몰 등 진통제와 항생제, 뇌졸중 예방약 등 필수 의약품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들 약품 상당수는 석유화학 부산물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시장 충격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일부 제조업체는 이미 평소 대비 4분의 1 수준만 원자재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의료 시스템 전반의 연쇄 영향을 우려한다. 리처드 설리번 킹스칼리지 런던 교수는 영국 의학저널(BMJ) 인터뷰에서 “암 치료제와 로봇 수술 소모품 공급망에도 이미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주사기, 장갑, 수액백 등 기본 의료 소모품 부족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NHS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은 의약품과 원재료 상당 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전쟁에 따른 물류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