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의 역설…진보 시의회, 전기바이크 무법 질주 ‘구조적 방치’
법은 만들되 집행 못하는 LA…한인타운 윌셔서 청소년 70마일 폭주
19일 일요일 오후 1시경, LA 한인타운 윌셔 블러바드. 15세에서 19세로 보이는 청소년 무리가 복면을 쓴 채 전기바이크(e-bike)를 몰고 집단 질주했다. 신호등은 무시됐고, 앞바퀴를 든 ‘윌리(wheelie)’ 동작이 이어졌으며, 속도는 시속 60~70마일에 달했다. 백주대낮, 한인타운 중심 간선도로에서 벌어진 일이다. 현장에 단속 경찰은 없었다.
이 장면은 예외가 아니라 LA의 새로운 일상이다. 그리고 이 일상은 ‘법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집행 의지의 부재’ 때문에 만들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026년 1월 1일부터 전기바이크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FOX 11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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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544: 전 시간대 후면 반사등·후미등 상시 장착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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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1271: 배터리 안전 인증 기준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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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연대 책임: 미성년 자녀의 불법 운행 시 부모에게 과태료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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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3 전기바이크: 16세 미만 운행 금지, 최대 250달러 벌금 (Ticket Clinic)
LA 시의회도 지난 14일 예술·공원 위원회에서 시내 하이킹·승마 트레일에서의 전기바이크 운행 금지 조례를 3대 0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LA타임스).
법조문상으로는 분명한 불법 행위다. 문제는 이 법이 거리에서 단 한 번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법을 발의한 단 한 명의 의원
LA 시의회 15명 중 전기바이크 규제 조례를 발의한 의원은 존 리(John Lee, 12지구) 단 한 명이다 (LAist). 노스리지·그라나다힐스를 지역구로 둔 리 의원은 LA 시의회에서 사실상 유일한 공화당계 보수 성향 의원이다. 나머지 14명은 모두 민주당 진보 진영이다.
이 수치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왜 진보 시의원들은 침묵하는가
진보 진영 14명이 전기바이크 규제에 소극적인 이유는 업계 후원금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과의 충돌에 있다.
첫째, 친환경 어젠다와의 충돌이다. 전기바이크는 민주당·진보 진영의 핵심 정책인 ‘탄소 배출 제로 도시 전환’의 상징이다. LA 시는 이미 2022년부터 저소득층 전기바이크 파일럿 프로그램 Good2Go Bikes를 운영해 왔고, 캘리포니아주는 저소득 주민에게 최대 2,000달러 바우처를 지급하는 E-Bike Incentive Project를 시행 중이다 (Smart Cities Dive). 전기바이크 단속은 곧 자기 당의 기후 정책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둘째, 교통 형평성(Transportation Equity) 프레임이다. 진보 진영은 전기바이크를 “차를 살 수 없는 저소득층·이민자·청년의 이동 수단”으로 규정한다. 규제를 주장하는 순간 “부유한 차량 소유자 편에 서서 가난한 사람들의 이동권을 빼앗는다”는 반격이 돌아온다.
셋째, 청년 표심이다. 전기바이크 이용자는 10대~20대가 주축이다. 이들의 부모와 형제자매는 진보 정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청소년 단속과 체포의 이미지는 진보 의원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넷째, 경찰 단속에 대한 진보 진영의 뿌리 깊은 거부감이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LA 시의회는 “경미한 교통 단속에서 경찰 개입을 줄이자”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유색인종 청소년 단속은 인종 프로파일링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 진보 의원들은 “집행 강화”라는 단어 자체를 꺼린다.
다섯째, 보수 의원 법안에 대한 동조 부담이다. 유일한 발의자가 공화당계 존 리 의원이라는 사실은 진보 동료 의원들에게 “저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 = 당 노선 이탈”로 인식된다.
집행 부재가 부른 참사
지난 16일 오렌지 카운티 레이크 포레스트에서는 14세 소년이 비도로용 전기 오토바이(Surron)를 몰다 횡단 중이던 81세 전직 교사 에드 애쉬먼 씨를 치고 도주했다. 피해자는 현재 중태에 빠져 있다 (LA타임스).
현장 인근 주민 존 화이트 씨는 CBS 로스앤젤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고는 시간문제였다. 많은 전기바이크 이용자들이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미 위험을 알고 있었다. 경고도 있었다. 그러나 단속은 없었고, 결국 81세 노인이 거리에서 쓰러졌다.
자동차엔 CCTV, 전기바이크엔 ‘프리패스’
시정부의 이중잣대는 명확하다. 일반 차량 운전자는 신호 위반 한 번에도 CCTV 단속에 적발돼 과태료 고지서를 받는다. 주차 단속반은 분 단위로 거리를 훑는다. 반면 청소년들이 시속 70마일로 신호를 무시하고 인도를 넘나들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같은 도로, 같은 법, 다른 집행이다.
구조적 모순의 대가는 시민이 치른다
즉, LA의 전기바이크 문제는 “규제할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진보 시의회가 자기 정체성 때문에 자기가 만든 법을 집행할 수 없는 정치적 모순” 때문에 방치되고 있다.
한인타운 주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분명하다. 법은 있지만, 집행은 없다. 그리고 그 공백은 거리의 안전으로 메워지고 있다. 오렌지 카운티 81세 노인의 비극이 한인타운 윌셔에서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지금 이 구조 안에서는 어디에도 없다.
LA 시의회 의원들이 언제까지 이 침묵을 유지할 것인지, 지역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